네이버의 다음 먹거리 '헬스케어'... 日서 원격진료, 韓서 스타트업 투자

2020-01-1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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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D2SF, 헬스케어 스타트업 4곳 신규 투자... 한국, 일본서 합작법인도 설립

네이버 "디지털 헬스는 IT 기술과 시너지 높아“

구글 아마존 애플 등 IT 공룡도 헬스케어 기업 공격적 인수

네이버가 차세대 먹거리로 ‘디지털 헬스케어’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한국에서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일본에선 헬스케어 합작법인을 통해 원격의료 사업을 시작했다. 의료 분야는 인공지능(AI)과 같은 신기술이 적용될 여지가 많고, 의료기관에 쌓인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할 수 있다는 점에서 IT 기업들의 관심이 높다. 구글과 아마존, 애플과 같은 미국 IT 대기업들도 수년 전부터 헬스케어 관련 기업을 공격적으로 인수하고 있다.

네이버의 기업형 벤처캐피털 조직인 D2스타트업팩토리(이하 D2SF)는 16일 디지털 헬스 분야의 스타트업 4곳을 신규 투자했다고 밝혔다.

네이버가 이번에 신규 투자한 스타트업은 아이크로진과 사운드짐, 엔서, 휴레이포지티브다. 아이크로진은 개인이 직접 유전자 분석을 의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고, 사운드짐은 운동과 관련한 오디오 콘텐츠를 제작한다. 엔서는 후각에 반응하는 뇌의 혈류량을 측정해 치매를 조기에 진단하는 솔루션을 개발한 기업이다. 휴레이포지티브는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해 복약, 식사, 운동에 관한 맞춤 상담을 제공한다.

D2SF는 2018년에도 헬스케어 스타트업 딥메디와 두잉랩, 아토머스, 아모에 투자했고, 지난해에도 배뇨 소리로 질병을 판별하는 기술을 개발한 사운더블헬스에 투자했다. 지난해 4월엔 바이오·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엑셀러레이터 ‘뉴플라이트’와 헬스케어 스타트업 발굴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기도 했다.

네이버는 2018년 2월 대웅제약과 분당서울대병원과 헬스케어 빅데이터 연구를 위한 MOU를 맺었고, 그해 12월 합작법인 ‘다나아데이터’를 설립했다. 다나아데이터는 각종 의료 데이터를 네이버의 인공지능(AI) 기술로 분석해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일본에서도 메신저 자회사 라인을 통해 헬스케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라인은 지난해 1월 소니 자회사 M3와 합작법인 ‘라인헬스케어’를 설립했다. M3는 의사와 약사 16만명을 회원으로 둔 의료 종사자 전문 사이트로, 세계적으로 450만명의 설문조사 패널을 보유해 제약 업계에 마케팅 지원 서비스, 임상시험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라인헬스케어는 라인의 일본 월 이용자 수(MAU) 8200만명(2019년 3분기 기준)과 M3의 글로벌 회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의료 사업, 원격 의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네이버가 헬스케어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AI와 같은 신기술이 접목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의료업계는 그동안 환자를 상대로 하는 만큼 일반적인 산업에 비해 IT 기술을 적용하는 데 보수적이었다. 그러나 첨단 기술이 의료산업의 접근성, 확장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전망되면서 점차 상황이 바뀌고 있다. 예를 들어 IT 기술이 접목된 원격 의료의 경우 병원방문이라는 중간 단계를 생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앱과 같은 플랫폼으로 환자가 의료 정보 더 쉽게 접근할 수도 있다. 의료기관에 쌓인 수많은 환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사업을 발굴할 수도 있다.

양상환 네이버 D2SF 리더는 “디지털 헬스는 IT 기술과 시너지가 높고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는 분야”라며 “D2SF는 앞으로도 우리의 일상생활을 건강하게 만드는 여러 기술과 제품에 적극 투자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IT 기업들이 헬스케어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건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의 대표 IT 기업인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186건의 헬스케어 특허를 출원했다. 알파벳은 지난해 11월 웨어러블 기업 ‘핏빗’을 21억 달러(약 2조42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핏빗은 일일 걸음 수, 소모 칼로리, 심장 박동수, 운동량 등을 측정하는 스마트워치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구글은 또한 2017년에 모바일 건강 스타트업 세노시스 헬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구글은 최근 원격 의료와 질병 치료를 돕는 모기에 관한 실험에 나섰으며, AI 기술을 활용해 환자들의 건강을 관리하고 질병을 진단하는 알고리즘도 개발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5월 아이들의 천식 증상을 앱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한 스타트업 ‘투에오 헬스’를 인수했다. 애플은 그동안 스마트워치 ‘애플워치’에 건강 기능을 계속 추가해왔다. 또한 지난해 2월에는 미국 보훈처(VA)와 협력해 미국 재향 군인들이 ‘헬스레코드’ 앱으로 자신의 건강 기록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미국 4대 병원에 속하는 클리블랜드 클리닉과 건강 기록을 헬스레코드와 연동하는 데에도 합의했다.

아마존은 지난해 10월 원격진료 스타트업 ‘헬스 내비게이터’를 인수했다. 이 기업은 노스웨스턴대학 부속병원 응급실 소속 의사 데이비스 톰슨이 2013년 설립한 업체로, 온라인 증상검사기, 헬스케어 로봇, 원격 건강검진 프로그램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마존은 지난해 6월 온라인 약국 필팩을 7억5300만 달러(약 88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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