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는 비재무적 요소까지 고려한 가치투자에 의미를 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투자의사 결정에 ESG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 국내 증권사들은 걸음마 단계에 있다.
◆증권업계 부족한 ESG
8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한 2019년 상장기업의 ESG 등급을 보면, 국내 57개 증권사 중 등급이 공개된 곳은 14곳 뿐이다. ESG 등급은 S부터 D까지 7개 등급으로 나뉜다. 통합등급으로 보면 국내 상장사 중 S등급은 한 곳도 없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S부터 B등급까지만 공개했다. 증권사 14곳이 받은 등급도 B+와 B 수준이었다. B+ 등급에 속한 증권사는 현대차증권, 대신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증권, 메리츠종금증권, 삼성증권 6곳이다.
SK증권, 신영증권, 유안타증권, 한화증권, DB금융투자, 교보증권, 키움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8곳은 B등급을 받았다. 기업지배구조원은 B+, B 등급에 대해 “지배구조, 환경, 사회 모범규준이 제시한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적절히 갖추기 위한 노력이 다소 필요하다"면서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의 여지가 다소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일부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중심으로 ESG 분석을 강화했다. 투자의 중심에 선 만큼 책임투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기업분석에 ESG를 더 중요하게 접목하겠다는 것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ESG 리포트’를 발간했다. 재무적 요인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요인도 함께 고려하기 위해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책임투자 중요성이 커진 만큼 개별 상장사인 증권사들도 ESG를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증권사가 스스로 ESG의 영향력을 스스로 설명한 가운데, 개별 상장사인 증권사의 ESG에 대한 관심은 미미한 실정이다.
올해 금융권에도 ESG 바람이 불었다. 금융지주들이 ESG 강화에 나선 것이다. 반면 증권업계에서는 ESG 강화보다는 ‘소비자 보호’를 내걸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라임자산운용 사태부터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 사태, 조국펀드 논란, 전산장애 등으로 잃어버린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급급한 모습이다.
◆금융지주의 ESG 강화
반면, 세계적인 투자 분위기에 맞춰 금융지주사들이 ESG를 강화에 나섰다. 일부 금융지주사는 지난해 ESG 등급으로 A+ 또는 A 를 부여받았다.
지난해 A+등급을 획득한 KB금융은 기존 ‘사회공헌문화부’를 ‘ESG전략부’로 개편해 ESG에 좀 더 힘을 실었다. KB금융은 지난 3, 4일 이틀간 진행한 경영진 워크숍에서 지속가능 경영을 선도하기 위한 ESG 기반의 KB금융그룹 전략 방향성에 대해 공유하고, CEO와 12개 계열사 대표이사 모두가 'ESG경영 선도 금융그룹‘이 되기로 다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등급의 KEB하나은행도 사회가치본부를 신설하는 등 사회가치 경영을 위한 기반을 닦았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신년사에서 “함께 성장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고, 행복을 나누지 않으면 신뢰받기 어렵다”면서 ESG를 강조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도 “직원과 주주, 나아가 사회와 국가의 가치를 높이는 ‘신뢰의 선순환’을 함께 만들자”고 당부했다. 신한지주도 A+등급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