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진행되는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총수 일가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내년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처리되는 만큼 조 회장 입장에서는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 가족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성탄절인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자택을 찾았다가 이 고문과 경영권을 두고 언쟁을 높였다. 이 과정에서 조 회장은 이 고문에게 욕설을 퍼붓고 벽난로 불쏘시개를 휘둘러 집안의 물건을 부쉈다. 조 회장이 화를 내며 집을 빠져나가던 과정에서도 거실에 있던 화병이 깨졌고 이 고문이 경미한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민 한진칼 전무와 조 회장의 부인 및 3자녀도 현장에 함께 있었다. 이 고문은 한진그룹 일부 경영진에게 보호를 요청한 상태다.
조 회장은 경영권 분쟁에서 이 고문이 조 전 부사장의 편을 들어준 준 것이 아니냐며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고문은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는 고(故)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한진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대기업집단 및 동일인(총수) 지정과 관련한 서류 제출을 늦추다가 공정위 직권으로 지정한 날 이틀 전에야 공정위에 스캔본으로 제출했다.
이를 두고 남매 갈등설이 일었고, 조 회장은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제가 독식하고자 하는 욕심도 없고 형제들끼리 잘 지내자는 뜻으로 보면 된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선친이 작년 크리스마스 무렵 ‘앞으로 나한테 결재 올리지 말고 네가 알아서 하되 누나·동생·어머니와 협조해서 대화해서 결정해 나가라’고 했다. 자기 맡은 분야에 충실하기로 세 명(세 자녀)이 함께 합의했다"고 밝혔다.
◆남매갈등 한진가로 번져...조현아 전 부사장 외부세력 힘 합치나
가족간 갈등이 악화되면서 내년 3월 열릴 한진칼 주주총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처리되는 만큼 조 회장 입장에서는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 가족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만약 조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면 한진그룹 총수 경영권을 상실하게 된다.
한진 총수 일가는 올해 4월 조양호 회장의 별세 이후 계열사 지분을 법정 비율(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대로 나누고 상속을 마무리했다. 한진칼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28.94%며, 조원태 회장(6.52%)과 조현아 전 부사장(6.49%), 조현민 전무(6.47%)는 지분율이 비슷한 상황이다.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도 5% 이상의 지분율을 보유해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쥔 상태다.
당초 조 회장 연임안에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분류된 우호 지분은, 총수 일가 등 특수관계인 지분(28.95%)과 대한항공과 협력 중인 델타항공(10%) 지분 등을 합해 최소 4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돼왔다. 한진칼 정관상 이사 선임은 참석 주주 50% 이상 찬성만 있으면 통과된다. 다만 조 전 부사장이 공개적으로 조 회장에게 반기를 든 만큼, 다른 주주와 힘을 모을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조 회장과 대립 중인 2대 주주 KCGI(17.29%)나, 4대 주주 반도(6.28%)와 손잡으면 조 회장이 표 대결에서 밀린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연임에 문제가 없지만 가족 간 갈등이 수면위로 오른만큼 조 전 부사장이 다른 주주와 접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