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뷰] 김현성 인플루언서경제산업협회장 "디지털로드 통해 아시아 유통 채널 열어야"

2019-12-2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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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왕훙 커머스 시스템과 국내 콘텐츠 제작 기술 시너지 효과 가능성 강조

소비·생산 선순환 구조 필요···신남방정책 위한 ‘인플루언서 1만 양성론’ 설파

김현성 인플루언서경제산업협회장은 24일 “신남방정책과 연계한 아시아권 시장의 유통 채널, 디지털 로드를 통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을 뛰어넘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국 항저우(杭州)와 상하이(上海), 이우(義烏) 등지를 돌며 중국의 왕훙(網紅·중국판 인플루언서, 우리나라와 달리 전자 상거래에 특화돼 있다) 경제를 체험하고 온 김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회장은 콘텐츠 제작에 특화돼 있는 한국의 인플루언서 산업과 전자 상거래에 초점을 두고 있는 중국의 왕홍 산업이 결합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한류의 영향이 강하게 미치는 동남아시아 시장에 인플루언서 양성을 통한 ‘디지털 로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인플루언서경제산업협회 제공]

-중국의 왕훙 산업에 대한 설명을 바란다.

“지난달 21일부터 24일까지 3박 4일간 항저우, 상하이, 이우 같은 도시를 다녀왔다. 이우의 경우 인구가 100만도 안 되는 도신데 시 정부가 운영하는 타오바오 마을이란 게 있다. 타오바오는 알리바바그룹의 마윈(馬雲) 회장이 만든 일종의 개인 홈쇼핑 플랫폼이다. 채널을 개설해서 개인이 쇼핑 호스트가 돼 물건을 라이브로 파는 곳이다. 오래 전에 만들었는데 이우시 정부가 2010년 초반에 실시간으로 물건을 파는 왕훙들의 집단거주 마을을 만들었다. 1㎞ 정도 되는 거리가 펼쳐져 있는데 1층은 상점, 2~3층은 주거 공간이다. 2~3층 주거공간에서 왕훙이 먹고 잔다. 공유 커뮤니티 공간도 있는데 이곳에서 교육도 하고 물건을 파는데 필요한 상품소싱도 한다. 법률 및 세금과 관련된 업무 전반을 지원하는 시스템도 있다. 시 정부가 운영하는 것이다. 왕훙들의 애로 사항도 풀어주고 하는 것이다. 상점에선 거의 24시간 동안 방송을 하더라. 핸드폰으로 방송을 하고 물건을 판다. 옷을 판다고 하면 옷을 갈아 입고, 화장품을 판다고 하면 실제로 화장을 하면서 제품을 홍보한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2014년인가 2015년에 방문했다고 한다. 타오바오 마을이 지금은 여러 군데 생겼는데 여기가 원조다. 매출도 많다. 중국 정부가 갖고 있는 시장에 대한 방향성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모든 국민이 타오바오를 운영하고 소비자가 되는 거다. 왕훙을 경제의 한 주체로서 세우려는 거다. 이게 중국 내수만이 아니라 네트워크가 전 세계적으로 잘 돼 있는 거다.”

-주로 많이 팔리는 상품은 어떤 건가?

“화장품과 패션, 그리고 건강식품이다. 왕훙 경제에서 많이 소비되는 3대 품목이다. 광군제 당시에 알리바바에서 100조원 이상 팔았다고 하지 않나. 타오바오를 기반 라이브 플랫폼이 잘 구축돼 있다. 경제에서 아주 기본이 되는 게 총 수요를 진작시키는 것 아닌가, 그 소비가 생산을 유발하고 생산이 다시 수요를 유발하는 선순환 구조다. 중국은 내수 시장도 넓고, 그 내수 시장을 극대화하는, 쥐어짜는, 디지털 로드가 촘촘히 돼 있는 거다. 이 왕훙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중국으로 물건을 파는 경우도 많다. 면세점이나 동대문 시장, 이쪽이 강하다. 한국 제품이 한류 영향으로 상품성이 되지 않나. 정부나 민간기업의 차원에서 거물급 왕훙을 초청하는 경우도 많다. 아모레퍼시픽이나 엘지생활건강 등 화장품, 패션 이런 분야에서 많이 한다.”

◆“왕훙 양성해서 한국의 제품을 팔 수 있게”
 

[사진=인플루언서경제산업협회 제공]

그는 중국의 왕훙 경제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듯 했다. 인터뷰 내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한국의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을 경제적으로 전환시키고 이를 통해 사회를 공헌하는 방향에 대해 설파했다. 그는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콘텐츠 기술을 가르쳐주고,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제품을 팔게 하는 방법을 역설했다. 사회 공헌 방법 역시 왕훙의 사례를 통해 설명했다. 그가 맡고 있는 인플루언서경제산업협회의 슬로건은 ‘선한 영향력을 모아 세상을 바꾸자’이다.

-중국의 왕훙과 1차적으로 어떤 협력이 가능한가.

“여러 아이디어를 얻어 왔다. 하나는 이런 것이다. 중국인 집단 거주촌이 있지 않나. 대림, 구로, 금천, 가리봉, 중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에다가 왕훙을 만들어주는 사업을 하는 거다. 100명이면 100명, 왕훙을 교육 시키는 거다. 푸공잉 브랜드 부화기지(항저우에 위치한 일종의 왕훙 육성 기지)나 타오바오 마을에 위탁하면 1주일이면 노하우를 알려줄 수 있다고 하더라. 홈쇼핑으로서 제품을 파는 기술은 중국이 더 노하우가 있다. 콘텐츠를 만드는 건 우리가 앞서 있으니 한국에서 콘텐츠 기술, 스토리텔링, 채널 운영하는 컨셉 등을 가르치고, 커머스와 관련된 건 중국에 가서 일주일 배우고 이렇게 왕훙들을 양성해서 한국의 중소·중견기업 제품을 팔게 하는 거다. 중국에서 온 유학생이 7만명 정도 된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과 같이 접목시키는 거다. 예를 들어 영등포구가 운영을 한다고 하면 영등포구에 위치한 기업들이 만든 제품만 팔게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실제로 중국의 왕훙들은 한국의 인플루언서랑 콜라보(공동 작업)를 해보고 싶어한다. 자기들은 커머스, 우리는 엔터테인먼트. 그런 것들도 결국은 시도할 수 있지 않나.”

-국내에선 왕훙과 같은 형태의 전자 상거래는 불가능한가.

“라이브로 물건을 파는 건 법적으로 막혀있다. T커머스도 라이브가 아니다. 일종의 유사 홈쇼핑이다. T커머스는 녹화방송만 할 수 있다. T커머스 협회의 숙원은 생방송이다. 정부가 이렇게 규제하는 난센스다. 지금 인플루언서나 미디어 커머스 생태계를 대기업이 돈으로 확 장악하고 있다. 이게 된다 싶으니까 그러는 거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돌아가면 다시 홈쇼핑 도입에서 했던 우를 범하게 된다. 수수료 같은 문제가 있지 않나. 대기업이 장악하고 중소·중견기업이 필요하다고 해서 공영홈쇼핑이니 홈앤쇼핑이 생기고, 수수료가 낮으니 입점을 둘러싼 각종 문제들이 생기는 것 아니냐. 지금부터 공영성, 공공성을 갖는 미디어 커머스의 논의를 시작해야 된다. 관련 논의를 시작해서 중소·중견기업이나 제조업, 농어촌에서 나오는 농수산물들을 어떻게 팔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논의를 시작해도 1년 이상 걸릴 거다.”

-왕훙 경제를 통한 사회 공헌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

“타오바오 마을에서 ‘너희들은 사회 공헌을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자기네들은 농산품을 팔아준다는 거다. 농촌에 가서. 예를 들어 얼마 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태 같은 경우, 특정 농수산물의 판매가 저조하면, 중국의 유명한 왕훙들이 현지에 가서 직접 그걸 팔아주는 거다. 자기가 잘하는 영역에서 제품을 팔아주는 것이다. 타오바오 마을의 경우 시 정부가 운영해서 균형 있게 상품소싱을 한다. 농산품도 의무적으로 팔아야 한다. 타오바오 마을에 갔더니 사과박스가 엄청 쌓여 있더라. 그렇게 상품의 안배를 통해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선하게 활용하더라.”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소비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감귤 농가를 돕기 위해 ‘제주감귤 소비 촉진 캠페인’을 벌였다. 지난 20일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인사들이 귤을 먹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감귤이 건강에 좋다는 것을 설파한 것이다. 홍보 효과가 그리 높아보이진 않았다.

◆ “동남아시아에 인플루언서 1만명씩 양성해야”
 

[사진=인플루언서경제산업협회]

김현성 회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디지털보좌관을 역임했다. 행정조직에서 최초이자, 마지막인 디지털 보좌관을 하며 시정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는 방향에 대해 고민했다. 빅데이터를 이용해 심야시간대 대중교통 이용의 불편을 해소한 ‘올빼미 버스’, 서울시의 각종 정보를 디지털화 해 시각화한 디지털 시민시장실 등도 그의 작품이다. 인플루언서경제산업협회를 맡은 그는 더 큰 상상력을 주문한다.

“얼마 전 정부가 5G와 관련한 발표를 했다. 내년도 예산을 늘리고 집중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내용을 보면 다 기술적인 내용이다. 이걸 통해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다시 말해 유통이 빠졌다. 5G기술은 스마트폰 이용도 이용이지만 유통의 혁신을 가져오는 것이다. 공간의 시장을 온라인으로 확장시키는 것이다.”

5G기술을 이용해 동남아로 연결되는 ‘디지털 로드’를 구축,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경제 산업적 영향력을 강화하자는 얘기다. 한류의 영향이 강한 동남아 시장을 더욱 효과적으로 선점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중국은 일대일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오프라인에 철도를 놓고 있다. 자국의 물류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거다. 이런 것들을 염두에 두고 주요 거점을 독점하고 있다. 한국의 5G 전략을 디지털 로드로 연결해 일대일로를 뛰어넘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정부에서 신남방정책을 펼치는데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각국의 인플루언서를 1만명씩 양성해야 된다고 본다. 언제든지 그들을 통하면 제품을 팔 수 있는 그런 창구가 생기는 거다. 중소·중견기업들을 위한 박람회를 열게 아니라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현장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상상력을 바꿔 디지털 로드를 만들어놓으면 훨씬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겠나. 특히 우리나라 인플루언서 중엔 동남아에서 상당히 인기가 많은 친구들이 있다. 연예인이 아니라도 인스타그램 같은 데서 동남아 팬들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조금만 적극적으로 나서면 디지털 로드에선 앞설 수 있지 않을까.”

-인플루언서경제산업협회의 구상은.

“디지털 로드를 통해 제조업을 살리고 싶다. 스마트 공장만으론 안된다. 인플루언서를 경제산업의 주체로 보고 이것을 통한 소비시장을 확대하고, 유통의 효율을 높혀야 한다. 쇼룸을 만들어 놓는 거다. 판매를 하고 교육을 하는 공간도 필요하고, 그걸 연결해주는 시스템도도 필요하다. 일종의 상사맨, 디지털 보부상을 적극 육성하고 현지에도 만들어내고, 현지에 센터도 만들 수 있지 않겠나. 베트남 측과 공유오피스를 하나 빌려 인플루언서 공간을 만들려고 하는 논의 중이다. 불특정 시민을 대상으로한 창업지원보다는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한 창업지원이 성공의 가능성이 클 것이다. 인플루언서에 특화된 창업공간과 브랜딩지원등이 필요하다. 내년 상반기엔 중국을 시작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 신남방국 원정대를 꾸려 방문하고 내년 말엔 아시아 인플루언서 컨퍼런스를 하고 싶다. 인플루언서 문화 및 산업 담론을 이끌어가고 싶은 것이다. 더 커지면 글로벌하게 갈 수 있을 거다.”

-정부에서 어떤 노력을 하면 좋을까.

“신남방정책의 핵심은 ‘아시안 디지털로드’ 구축을 통한 디지털 경제 리더쉽 강화가 돼야 한다. 아시아권에서 디지털 로드를 잘 닦는 게 한국으로선 굉장히 중요하다. 경제성장률이 높고 한류로 인해서 우리나라에 우회적 정서가 강하다. 상상력의 폭만 넓히면 대한민국에서 베트남, 중국, 태국 등으로 시장이 넓어질 수 있는 것 아니냐. 민간에서 이 정도를 하면 정부가 나서면 얼마나 더 잘할 수 있겠나. 정부 각 부처가 올바른 지시를 받아서 협력하면 큰 일을 할 수 있다. 신남방정책의 방향성 자체는 옳다고 본다. 다만 중요한 만큼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정부의 조직 인사 예산에서 중요성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시장이 신호를 정확하게 캐취한다. 그런 의미에서 신남방 정책을 실무적으로 콘트롤하는 신남방청과 디지털 경제를 전략적으로 콘트롤 하는 수석이 필요하다. 시장 자체의 성장속도가 빠르고 새로운 문물을 수용하는 것도 유연하고 거기에 한류라는 장점이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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