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누군가 죽고 다쳐야 그들의 이름을 가지고 새롭게 태어나는 '안전법'

2019-12-2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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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합뉴스 제공]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흔히 위대한 사람이 되라는 의미에서 많이 쓰이는 말이지만 최근 사건 사고가 늘어나면서 이 말이 퇴색 되어져 가고 있다.

악성댓글(악플)로 인해 세상을 떠난 설리의 이름을 떠서 만든 설리법(악플방지법)부터 지난해 12월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목숨을 잃은 태안화력발전소 협력 업체 직원 故 김용균 씨. 사고 이후 그의 이름을 따서, 위험한 일은 외주업체에 맡기지 못하게 하고 안전 보건 조치 위반 시 사업주에게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김용균 법.

이외에도 대한민국에는 누군가의 죽음으로 생겨난 법이 많다.

2018년 9월 음주 운전자가 몰던 차에 치여 2달 동안 사경을 헤매다 세상을 떠난 故 윤창호(22세)의 이름을 떠서 만든 윤창호법. 2019년 9월 신호등 조차 없는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故 김민식(9세)의 이름을 떠서 만든 민식이법, 2013년 3월26일 자신이 내린 어린이집 통학 차량에 치여 상을 떠난 故김세림(3세)의 이름을 떠서 만든 세림이법, 2014년 10월27일 간단한 장협착 수술이었지만 의료과실로 세상을 떠난 故신해철(46세)의 이름 떠서 만든 신해철법, 2010년 5월29일 백혈병 투병 중 항암제를 잘못 맞아 세상을 떠난 故 정종현(9세)의 이름을 떠서 만든 종현이법, 그리고 설리법까지.

수많은 안전사고 사망자들의 이름을 딴 법이 만들어지고 있다. 대부분 처벌을 강화하거나 교육 등을 의무화 하는 법 조항을 개정했지만 현실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누군가가 죽어야만 그들의 이름을 새롭게 가지고 태어나는 ‘안전법’인 것이다. 이는 정치권에서 거래대상이 되고 의미가 퇴색되며 미뤄지고 유가족들에게 더 큰 상처만 주고 있다.

2018년 기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971명 (고용노동부), 2018년 기준 어린이 교통사고 사상자 1만2577명 (경찰청, 도로교통공단), 2018년 기준 의료사고 분쟁 건수 1589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통계로 나온 치수는 이렇지만 더 많은 피해자와 부상자, 사망자들이 있을 것이다.

'호통판사'로 알려진 천종호 판사는 기자와 통화에서 “사고로 죽은 분의 이름을 살아남은 자들이 이용을 하는 건데 이용함에 있어서 그 분의 생애를 모욕되게 하거나 의미를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이름을 공동체를 위해서 부각 시키는 것은 좋지만 단지 그때는 유족들의 동의를 받아서 사요을 하는 것을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전에 관련 된 법에 대해 “법은 어떻게든 만들어 낼 수 있지만 그걸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윤창호법도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이루어졌는데 최근 근처에서 대낮에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망사고를 낸 일이 있었는데 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에 대해서 법의 의미나 취지를 교육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TVN 드라마 ‘혼술남녀’의 조연출로 방송노동현장의 문제를 지적했던 故 이한빛 PD의 동생인 한빛미디어 노동 인권센터 이한솔 이사는 “형의 죽음 이후 폐쇄적인 사회분위기로 인해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형이 죽고 대책위가 만들어지고 센터가 생긴지 2~3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인식의 변화에 있어서 달라진 것들이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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