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한화 투자한 베트남 빈그룹 위기설 ‘솔솔’ 왜?

2019-12-2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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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적 구조조정 움직임 포착...‘합병’·‘사업철수’ 이어져

업계2위 빈커머스, 마산그룹에 합병...빈프로 사업철수

재고넘치는 빈스마트폰도 프로모션 명목으로 대규모 출하

핵심 부동산계열사 빈홈스, 빈펄도 '흔들'…돈맥경화 오나

빈그룹 로고[사진=빈그룹 홈페이지 캡처]


베트남 최대기업집단이자 ‘베트남 삼성’으로도 불리는 빈그룹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빈그룹은 우량 계열사로 손꼽히던 빈커머스를 사실상 매각한데 이어 가전유통 업체인 빈프로가 사업을 철수하면서 관련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빈그룹은 한국의 SK그룹과 한화그룹도 지분투자형식으로 1조원 이상 투자한 기업이다. 베트남 전체시가총액의 23%를 차지하며, 한국만 아니라 수많은 외국 기업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서 만약 빈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처할 경우 미칠 파장도 걷잡을 수 없다.

최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빈그룹의 유통부분 주력계열사인 빈커머스와 베트남 식음료기업 마산 그룹이 전격 합병을 단행했다. 베트남 현지 언론은 두 그룹이 주식 맞교환 방식으로 유통사업 부문을 합병,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합병 형식을 취했지만 이는 사실상 빈커머스가 마산그룹에 인수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빈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빈패스트와 빈스마트, 빈홈스 등이 실적이 악화되자 유동성 위기에 처한 빈그룹이 서둘러 우량기업인 빈커머스를 팔았다는 것이다.

빈그룹에게 있어서 식품유통 계열사들은 여전히 수익을 내는 효자 사업이다. 빈그룹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빈커머스는 올 9월까지 순익 10% 이상과 매출은 전년대비 88% 성장을 거뒀다. 베트남 유통 분야에 외국계 기업들이 가세하면서 치열한 경쟁시장을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유통업은 빈그룹에게 매력적인 사업분야 중 하나다.

베트남 언론은 이를 두고 ‘파격’ ‘전격’이라는 표현을 썼다. 지난 2일 빈그룹의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활황세인 빈커머스가 마산그룹에 넘어갈 것이라곤 상상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빈그룹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어더이조이와 전자·가전소매유통 빈프로를 사업 분야에서 철수한다고 최근 밝혔다. 어더이조이는 자사의 통합어플리케이션인 빈아이디의 부가 기능으로 통합하며 빈프로는 연내 철수할 방침이다. 하노이 시내에 위치한 빈프로 주요 매장은 이미 철수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 빈그룹은 유통 분야의 계열사를 정리하고 기술·산업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성장 전략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발표 그대로만은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현재 빈그룹은 48개 계열사를 거느린 베트남 최대기업집단이다. 지난 6년 사이 매출이 10배 이상 성장한 결과다.

빈그룹은 핵심계열사인 빈홈스, 빈펄 등 부동산 분야에서 번 돈을 기반으로 유통시장과 병원, 학교, 온라인 마켓 등 각종 서비스 분야를 장악했다. 그러다 2년 전부터는 자동차(빈패스트)와 전자(빈스마트)로 제조업에도 뛰어들었다.

우크라이나에서 라면공장으로 시작해 빈그룹을 키워낸 팜녓브엉 창업주는 아시아부호 100인에 선정되며 베트남 재계에선 입지전적 인물로도 통한다.

하지만 올 초부터 핵심계열사인 빈패스트, 빈홈스 등이 흔들리면서 빈그룹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라 제기돼왔다.

업계에 따르면 빈패스트가 빈그룹 차원에서 전사적인 지원과 막대한 자금이 투입됐지만 판매율 저조로 위기에 봉착했다. 신차가 출고된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 정확한 판매대수 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여기에 무인자동화 시스템에 들어가는 공장자동화 로봇들도 독일에서 들여야 대출이자금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빈그룹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빈패스트의 적자액은 지난해 2730억동(약 137억원)에서 올해 9월 현재 1조597억동으로 5배 이상 대폭 늘어났다.

주요 현금확보 동력이자 핵심계열사인 빈홈스, 빈펄 등 부동산도 예전처럼 자금확보가 원활하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빈그룹이 시내 요지의 땅을 차지하면서 커다란 수익을 낼 수 있었지만 이제는 다른 부동산회사가 개발한 신도시가 곳곳에 개발되면서 선택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빈그룹에 대한 재무평가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빈그룹이 피치가 요구한 객관적 재무자료 제출 거부했기 때문이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도 빈그룹의 기업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꿨다.

업계 한 전문가는 “빈그룹은 신용평가사 요구에 재무자료, 비재무자료 등을 계속해서 거부했다”며 “이번 합병과 구조조정은 제조업계열사 적자를 메꾸고 있는 빈그룹의 재무상태가 그 만큼 좋지 못한 상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관계자는 “빈그룹은 사실상 베트남 정부가 신용 보증을 하는 기업으로 쉽게 무너질 수는 없다”면서도 “가장 큰 투자액이자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빈패스트가 계속해서 적자를 기록할 경우 누적적자를 쉽게 감당해내기 힘들 것이다. 야심차게 출발한 빈패스트와 빈스마트도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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