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로켓맨’ vs ‘늙다리 망령’ 신경전 격화…말폭탄 속 숨은 의도는?

2019-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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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시한' 앞두고 격해진 북미 '말싸움'…2017년 상황 회귀 우려도

전문가들 "양측 대립하고는 있지만, 상황 악화 우려해 수위조절"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둘러싼 북·미 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이 제시한 비핵화 협상 시한인 ‘연말’이 다가오면서 북측이 대미(對美) 압박을 높이자, 그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던 미국도 반격에 나서면서 말싸움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담화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늙다리의 망령이 다시 시작된 것으로 진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 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에 방문해 대북 정책에 무력을 사용해야 한다면 사용할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한 맞대응이다.

최 제1부상은 “대조선(북한) 무력 사용이라는 표현은 국제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며 우려를 키우고 있다”며 “우리가 더욱더 기분 나쁜 것은 공화국의 최고 존엄에 대해 정중성을 잃고 감히 비유법을 망탕 쓴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력사용 발언과 비유호칭이 즉흥적으로 불쑥 튀어나온 실언이었다면 다행이겠지만 의도적으로 우리를 겨냥한 계획된 도발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며 “지금과 같은 위기일발의 시기에 의도적으로 또다시 대결 분위기를 증폭시키는 발언과 표현을 쓴다면 정말로 늙다리의 망령이 다시 시작된 것으로 진단해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최 제1부상과 트럼프 대통령의 ‘늙다리 망령’, ‘로켓맨’ 발언은 지난 2017년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로 북·미 간 긴장 상태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나왔던 말이다.

이로 인해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 비핵화 협상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북·미 간 말싸움이 벌어지자 한반도 정세가 ‘전쟁위험’에 휩싸였던 2017년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사진=연합뉴스]


◆ ‘무력 대응’에 발끈했지만…상화 악화 우려하는 북·미

북·미가 ‘가시 돋친 말’을 쏟아냈지만, 줄곧 서로에게 신뢰가 있고, 대화 재개를 희망한다고 표명한 만큼 이들의 말싸움에 숨은 뜻이 있다는 관측이다.

최 제1부상이 담화에서 ‘늙다리 망령’ 등의 표현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로켓맨’, ‘무력사용’ 같은 표현을 일부러 했다면”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또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떤 표현도 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 군부와 최 제1부상의 담화가 나오리라 예측했다”며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반응을 보였지만 수위조절을 했다고 봤다.

한반도 비핵화를 두고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고는 있지만, 북한 역시 북·미 관계가 최악으로 변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최 제1부상의 담화에는) 체제 훼손과 존엄 모독을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의 메시지가 담겼다”며 “단지 직접 맞대응 말 폭탄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수위조절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거친 반응을 보이면서도 북·미 간 갈등을 키우지 말자는 신호를 보냈다는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로켓맨’, ‘무력사용’ 발언에 박정천 조선인민군 총참모장은 지난 4일 담화를 통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상대로 무력을 사용하는 일은 미국에 있어서 매우 끔찍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맞섰다.

이를 두고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역시 북한이 미국과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으려는 절제된 반응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정 본부장은 “총참모장이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무력 사용 가능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워싱턴 불바다’ 같은 극단적인 발언이나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을 자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말 시한’ 전까지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지 않으려는 절제된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 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는 미국이 북한을 앞세워 한국과 일본에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가 포함됐다고 봤다.

정 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는 북한에 대한 안보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한국과 일본에 미국의 군사적 개입 의지를 보여주고, 이를 빌미로 더 많은 (주한·주일 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받아내고자 하는 계산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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