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유방북 허용조치로 금강산 개별관광 뚫자

2019-12-0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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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윤 대표]



“금강산 지역에 방치된 340개 정도의 컨테이너를 정비하는 것을 북한은 철거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금강산 지역 관광시설 철거문제와 관련하여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최근 관훈 토론에서 한 말이다. 이는 북한의 의도를 크게 잘못 파악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가설시설물 정비를 앞세워 우리 정부는 북한과 금강산 관광문제에 대한 협의를 해 볼 요량이나, 이는 맥락을 잘못 짚은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에 통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9·19 평양정상회담'에서 동해관광특구의 공동개발에 합의했다는 것을 들어 금강산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도 국제사회의 제재에 묶여 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다. 북한이 받아들이지도 않겠지만, 설혹 받아들인다고 해도 북·미 관계의 진전 없이는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금강산 시설과 관련해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가 곧 명령이다. 최고 존엄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다. 따라서 금강산 시설물의 철거는 확실하다. 북한은 철거를 위한 우리 인력을 요청하고 있지만, 안 된다면 자체적으로 할 것이다. 이미 지난달 11일 “금강산 개발 문제는 남측 당국이 전혀 상관할 바가 아니다”고 하면서 시설의 일방 철거 조치를 최후 통첩했다. 사안이 절대 단순하지 않다.

금강산 지역 남측 자산은 모두 동결된 상태다. 이산가족면회상봉소를 비롯, 그 어떤 자산도 남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금강산 관광사업과 관련된 모든 계약이 파기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대아산의 독점권도 취소되었다. 이 조치를 취하기 전 북한은 남측 명의의 자산을 임대·양도·매각 중 택일할 것을 최후 통첩한 바 있다. 남한 정부는 그때 직접 대응하지 않았다. 그 결과 북한은 임의의 법적인 처분을 단행했으며, 물자반출금지조치와 함께 현장 관리인력마저 추방했다. 이를 뒤집는 한 번의 기회가 있었다. 2019년 북한 김정은의 신년사였다. 김정은 위원장은 아무런 조건 없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자고 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구하는 남한 사업자에게도 “조건이 마련되는 대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재개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했다. 우리 정부는 한 번 자문해 봐야 할 것이다.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지금까지 단 한번이라도 재개의 실질적 의지를 가져보았는지.

기존의 금강산 관광사업은 재개 불가능하다. 김정은 위원장은 “금강산이 남북의 공유물이 아니며, 남북관계가 발전해야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라고 했다.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을 북한 주도로 건설하겠다”고 했다. 금강산을 4개 지역별로 개발하여 원산‧갈마 및 마식령스키장과 하나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관광지로 훌륭히 꾸려진 금강산에 남녘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하나, 금강산에 대한 관광사업을 남측을 내세워 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을 설득해 금강산 관광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우리 정부 차원의 의도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 정부가 먼저 보이지 말아야 할 자세가 하나 있다. 그것은 미국을 움직여 금강산 관광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다. 남북관계의 동력을 대미 관계에서 찾아서는 안 된다. 금강산 문제를 풀려면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 우선 한·미관계로부터 남북 교류협력의 문제를 떼어놓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금강산 관광문제로 미국을 방문한 통일부 장관은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전체 건물 수리와 관련해 미국의 협조를 구했다고 했다. 미국도 그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하다. 협조를 구할 일이라 아니라 오히려 통보의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주권국가로서 우리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모습이 비쳐지게 했어야 했다. 미국이 이해하고만 있으면 무엇하겠는가. 통보하고 이해할 것을 요구하는 모습이어야 했다.

우리 정부에는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어떻게 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제부터라도 남북관광교류의 획기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하나는 현재 거론되고 있는 남북한 개별관광이다. 이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관광을 남북 인적교류 사안으로 보고 접근하는 것이다. 민간차원에서 개별적으로 비자를 받아 북한을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금강산 지역을 포함, 북한을 자유 방문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다. 북한이 받아주고 안 받아주는 것은 둘째 문제다. 우리 쪽에서라도 먼저 북한 방문 금지를 풀어야 한다. 북한을 제외한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우리 정부의 허락을 받아 가는 일이 없지 않은가.

북한 지역 자유 방문은 남북관계에서 획기적인 의미를 가질 것이다. 북한을 실질적으로 인정하는 일이 된다. 북한과의 '사실상의 통일'에 접근하는 의미도 가진다. 현재 주어진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얼마든지 북한 방문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선언이 필요하다. 마치 30년 전 동독이 그들의 주민에게 서독을 포함한 서방세계의 자유여행을 허가했듯이. 방북 허가제는 통제와 관리다. 궁극적으로는 북한과도 다른 많은 나라와 같이 비자 면제 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북한도 유엔에 가입된 국가다. 우리 국민은 전쟁이나 내란 지역이 아니면 다 갈 수 있다. 북한만 예외로 있을 수는 없다. 환경을 조성하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북한과 대화하라. 국정최고권자가 의지를 표출하면, 남북관계는 큰 동력을 얻게 될 것이다. 우리 정부의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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