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명문 베이징대 산하 국유기업인 베이다팡정그룹(이하 팡정그룹)이 지난 2일(현지시각) 유동성 경색으로 20억 위안(약 3300억원) 규모 위안화 채권 상환에 실패하며 디폴트를 선언했다. 올해 발행한 9개월짜리 초단기 채권이 디폴트 대상이 됐다.
팡정그룹은 베이징대가 투자해 세운 국유기업이다. 신용등급도 가장 높은 'AAA'였기에 이번 디폴트가 시장에 안긴 충격이 컸다.
베이징대는 산하 베이다자산운용을 통해 팡정그룹 지분 70%를 보유하고 있다. 팡정그룹의 올 3분기말 총자산은 3600억 위안이다. 그 동안 중국 본토 공모채 시장에서 디폴트를 선언한 기업 중 최대 자산 규모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팡정그룹의 디폴트에 중국 칭화대에서 세운 반도체회사 칭화유니그룹도 직격탄을 맞았다. 칭화대는 칭화홀딩스라는 100% 자회사를 통해 칭화유니그룹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중국 '반도체 굴기(堀起, 우뚝 섬)' 선봉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팡정그룹이 디폴트를 선언한 바로 다음 날 채권시장에서 칭화유니그룹의 2021년, 2023년 만기 도래하는 달러화 표시 채권이 장중 20% 남짓 폭락했다. 이미 지난 수 개월간 투자자들이 공격적으로 매도하면서 칭화유니그룹 채권 가격은 1달러에도 못 미치고 있다.
한때 잘 나가던 팡정그룹, 칭화유니그룹이 위기에 직면한 건 과도한 부채 탓이다.
팡정그룹은 올 3분기말 부채가 3000억 위안 이상으로, 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82.74%에 이른다. 게다가 최근에는 실적마저 나빠져 적자난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올 3분기말 적자액만 10억4700만 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억6700만 위안에서 20% 넘게 늘었다.
팡정그룹은 산하에 팡정증권, 팡정홀딩스, 팡정과기, 베이다자원, 베이다의약, 중국가오커 등 6개 상장사도 거느리고 있다. 이들의 총 시가총액은 670억 위안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 계열사도 빚에 허덕이고 있긴 마찬가지다. 3분기말, 팡정과기와 베이다자원의 자산부채비율이 각각 74.9%, 93.13%에 달했다. 유동성 경색에 향후 더 많은 디폴트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칭화유니그룹도 수년간 공격적인 사업 확장 등의 영향으로 부채난에 빠졌다. 칭화유니그룹의 자산부채비율은 2016년 59.1%에서 올 상반기말 73.65%까지 뛰었다. 총자산이 2700억 위안인데, 짊어진 부채만 2020억 위안이다. 올 상반기 부채에 대해 지급한 이자만 43억 위안이 넘는다.
하지만 칭화유니그룹 역시 적자 상태다. 올 상반기 적자만 36억9400만 위안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배 넘게 증가했다. 여기서 정부 보조금을 빼면 실제 적자액은 55억 위안에 육박한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추진한 지배구조 개혁도 지지부진한 상황. 앞서 최대주주인 칭화홀딩스는 다른 투자자를 유치해 지분 51% 중 일부를 양도하려 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명문대가 세운 국유기업이라고 해서 투자자들이 마냥 신뢰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팡정그룹과 칭화유니를 비롯, 베이징대와 칭화대가 세운 기업 계열사에서 발행한 채권만 대내외 약 2000억 위안에 달한다. 언제든지 팡정그룹처럼 디폴트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경기둔화 속에 중국의 올해 디폴트 규모는 사상 최고치를 향해 치닫고 있다. 블룸버그는 4일 자체 집계한 자료를 인용해 지난 11월 이후 최소 15건의 디폴트가 추가로 발생해 올 한해 중국 본토 채권 디폴트 금액이 1204억 위안을 기록, 연간 기준 사상 최대였던 작년의 1219억 위안에 거의 근접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