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는 4일 자체 집계를 통해 올해 중국에서 발생한 디폴트 규모가 1204억 위안(약 20조3500억원·171억 달러)을 기록, 지난해에 쓴 사상 최대치인 1219억 위안에 바짝 다가갔다고 보도했다. 11월 들어서만 15건의 디폴트가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기록을 깰 가능성이 열려있다.
블룸버그는 4조4000억 달러에 이르는 중국 회사채 유통액과 비교하면 디폴트 규모가 0.5% 정도로 일부에 불과하지만, 투자자들이 당국의 지원을 받는 기업들을 선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잠재적인 전염 우려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인해 둔화하는 경기를 살리는 동시에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을 통해 금융 리스크를 줄여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상하이 소재 피치레이팅스 왕잉 애널리스트는 "중국 당국은 모든 기업을 다 구제하기 힘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중국의 부채 문제는 건설업, 철강업 등 전통 산업부문에서 신에너지, 소프트웨어 등 신산업까지 전방위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자금난에 빠진 주체도 민간 기업에서 국영 기업, 대학교 사업부문까지 광범위하다. 지난 2일에는 중국 베이징대 산하 국유기업인 팡정그룹이 만기가 돌아온 20억 위안을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에 빠졌고, 같은 날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업체 둥쉬광전과기도 17억 위안 원리금 상환에 실패했다.
최근에는 디폴트와 거리가 멀다고 여겨지던 역외 채권시장에서도 경고등이 켜졌다. 톈진 소재 국영 무역회사인 톈진물산이 중국의 주요 국영업체로는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달러화 채권시장에서 디폴트를 선언할 것으로 점쳐지면서다. 톈진물산은 오는 16일 만기가 돌아오는 3억 달러 어치 달러화 채권에 채무조정안을 내놓은 상황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중국의 디폴트 상황이 시스템 위기로 번질 위험은 낮게 보고 있다. 싱가포르은행 토드 슈버트 채권 애널리스트는 "아직 변곡점에 이르지 않았다고 본다"면서 "중국은 수많은 채권 발행자를 보유한 대형 시장이다. 자본 시장에서 일정 수준의 디폴트는 예상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