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과도한 구조조정과 기술개발 부재는 글로벌 조선산업 1위였던 일본의 몰락을 그대로 답습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조선업은 1950년대말 블록공법을 개발하면서 글로벌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하지만 오일쇼크에 따른 두 차례에 걸친 구조조정으로 61개였던 조선소는 26개로 줄었고, 생산능력도 50%를 밑돌았다.
세계 시장 점유율 역시 1990년대 후반 20%대로 하락한 이후 2010년 들어서는 10%대로 주저앉았다. 반면 국내 조선업계는 80년대부터 기술개발을 시작하며 글로벌 1위 자리를 탈환하는 등 승승장구 해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은 선주가 필요로 하는 선박을 짓는 맞춤형 설계가 대부분이지만 일본 조선업은 당시 원가 절감을 위해 선박 설계 표준화를 고집했다”며 “선주들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면서 선주들이 일본 조선소를 배제하기 시작했고, 이는 곧 일본 조선업의 몰락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일본 조선업의 몰락은 사양산업으로 치부한 정부와 업계의 안일함이 가장 큰 이유였다. 실제 연구개발 인력과 설계인력을 퇴출시키면서 일본 도쿄대학교는 지원자 부족으로 1998년 4월 조선해양학부의 명칭을 환경해양학부로 바꿨다. 전문 인력을 양성하지 못한 것이 기술력 저하로 이어졌고, 결국 회복이 불가능한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조선업에 대한 무관심도 퇴보 이유 중 하나다. 조선업은 대규모 인력이 투입되는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선체 용접의 경우 로봇이 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이다. 전문인력 확보가 필수적인 분야다. 하지만 산업에 대한 무관심은 고령화에 따른 세대교체 실패로 이어졌고, 현장직의 기술 노하우가 다음 세대로 전수되지 못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최근 조선업계 핫 이슈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다. 또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및 LNG연료추진선 등 가스 관련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만큼 기술력과 기술인력 확보가 생존을 결정짓는 중대요소가 된 것이다.
한국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조선 기술은 현장 노동력의 노후화와 기술 승계 실패, 외국인 인력의 고용 확대 등으로 숙련 인력의 비중이 낮아졌고, 품질도 과거보다 저하됐다는 평가가 있다”면서 “현재 일본은 단기적인 인력 수급 문제도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조선업도 일본을 답습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 등이 조선업을 사양산업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노동자들 역시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일본과 같이 조선소를 사양산업으로 규정할 경우 일본의 실패를 고스란히 따라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소에 대대적인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국책은행이 조선소를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불편한 것으로 보인다”며 “조선업을 사양산업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거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종식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비상임 연구위원은 “수년 내로 많은 직영 기능직 노동자들이 정년퇴직을 할 예정”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생산현장에서 필요한 숙련인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업체들의 고민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