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窓으로 경제보기 <47>​] 기업-스포츠계의 고졸 신화

2019-12-0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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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스포츠 칼럼니스트]



건국후 기업계에 숱한 ‘고졸 신화’가 있었는데, 최근 LG전자 부회장직에서 물러난 조성진 CEO도 그중 한사람이다. 그는 고졸 기술자로 입사해 최고 경영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LG(금성사 포함)에서 43년간 몸담으며 꿈꿨던 ‘글로벌 1등 가전’의 목표를 실현한 후 미련없이 용퇴를 했다.

관계(官界)의 고졸 신화는 문재인 정부들어 기획재정부장관 겸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동연씨다. 그는 덕수상고를 졸업했지만 행정고시와 입법고시에 합격해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을 거쳐 부총리로 영전하는 영광을 누렸다. 아주대학교 총장도 역임했다. 그는 덕수상고 졸업후 야학(夜學)으로 국제대학교 법학과를 나온뒤 서울대학교-미국 미시간 대학원 석사를 거쳐 미시간 대학교에서 정책학 박사를 받아 덕수상고가 낳은 최고의 관리에 이름을 올렸다.

스포츠계에서도 고졸 신화가 많다. 고려대와 연세대가 일제 강압시절부터 스포츠 스타들을 꾸준히 배출했지만, 건국이후 야구-축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에서는 고졸 출신들이 주전을 거의 차지했다.

1940년대말~50년대 중반의 ‘신화적인 투수’ 장태영(1929~1999)이 경남고-서울대 상대를 나와 ‘공부하는 운동선수’의 대표적인 인물로 꼽히지만 스포츠 스타들의 학력이 높아진 것은 1960년대 중반 이후이다.

농구에서는 신동파(75)와 박한(74)이 ‘연세대-고려대 라이벌전’을 이끌며 대졸 시대를 열었다. 야구에서는 유남호(68․연세대)와 허구연(67․고려대)이 대학야구의 전성기 개막을 알렸다. 배구는 농구, 야구보다 늦어 1970년대 들어 장윤창(59), 이종경(57, 이상 경기대)이 대졸 시대를 활짝 열었다.

물론 축구는 1930년대부터 김용식(1910~1985), 이유형(1911~2003)으로 대표되는 보성전문과 연희전문이 축구계 양대 산맥을 이뤄 차범근(66․고려대), 허정무(65․연세대)로 이어지며 ‘대졸 스타 탄생’의 산실이 되고 있다.

그런데 프로야구에서는 시대를 거슬러 대졸 선수의 맥이 끊기고 또다시 ‘고졸 신화’가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이후 이종도(68) 선동열(56, 이상 고려대)과 박철순(64) 최동원(1958~2011, 이상 연세대) 이종범(49․ 건국대) 등 대졸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으나 지난해부터 고졸 신입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각 대학에서 학업을 중시하는 바람에 야구 선수들의 훈련량과 경기수가 현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 특히 올해부터는 대학야구대회 출전은 1주일에 한번으로 제한돼 선수들의 기량이 고졸에 비해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각 프로야구팀들은 신인 지명때 대졸을 기피, 고졸 선수들의 전성기가 다시 열리고 있다.
최근 3년간 신인왕 계보가 2017년 이정후(키움․휘문고), 2018년 강백호(KT), 올해 정우영(LG, 이상 서울고)으로 이어지는 게 대표적 사례. 대학야구가 고사(枯死) 위기에 처했다는 말이 나올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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