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달러 MRO 시장] ①대한항공·KAI 등 선봉 선 기업들

2019-11-29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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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적 성격 MRO(항공 정비) 시장... 기업들 뒤처질까 정부보다 앞장서

항공안전 필수 MRO... 2029년 1160억 달러 규모로 성장 전망

대한항공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국내 대표 항공산업 업체들이 항공 정비(MRO) 사업 확장에 발 벗고 나섰다.

MRO 사업은 향후 시장 규모가 1000억 달러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 전문가들은 '블루오션' 가운데 하나로 꼽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과 KAI 등은 국내 MRO 수요의 일부를 처리하고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기술력 확보와 경험 확장을 통해 글로벌 무대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 공공재적 성격 MRO 시장... 기업들 뒤처질까 정부보다 앞장서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MRO 산업 육성 정책이 미진한 가운데, 대한항공과 KAI 등이 앞장서 투자와 협력에 나서며, 시장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MRO는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단기간 수익 회수도 어렵다. 하지만 항공 안전의 필수적인 사업이다. 공공재와 유사한 성격이 있어 일반적으로 미국 등 항공선진국에서는 정부가 나서 육성하는 가운데 기업이 협업하는 형태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항공산업이 단기간 발전하면서, 오히려 기업이 한 발 앞서 MRO 시장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 국가 경쟁업체보다 뒤처진 상황에서 더 늦어졌다가는 추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KAI다. 국내에서 항공기 제조부터 정비까지 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업체이기 때문이다. 일단 KAI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기술력을 대내외에 알리고, 기술 노하우를 확보하기 위해 수주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국내 최초로 정부 지정 MRO 전문업체인 한국항공서비스(KAEMS)를 설립한 바 있다. KAEMS는 올해 상반기 수주 실적이 저조했으나 최근 잇따라 신규 수주에 성공하며, 그 성장 가능성을 알렸다. 실제 최근 이스타항공의 B737 기종 1대가 이미 정비에 들어갔고, 다음달에도 같은 회사의 B737 기종 1대의 정비를 시작한다.

지난 9월 미국 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B737 항공기 정비능력을 인정받은 후 첫 번째 수주다. KAEMS가 FAA 인증으로 정비 물량이 확대될 것이라는 업계의 관측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물량 확대에 대비해 KAI은 사천시 등과 지난 6월 경남 사천에 MRO 등을 담당하는 복합항공 클러스터 조성에도 들어갔다. 총 31만1880㎡ 규모다. 

대한항공은 자체 MRO 물량을 중심으로 내실을 다지고 있다. 실제 한진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항공의 MRO 사업과 타사 MRO 규모는 각각 1조1800억원, 1510억원이다. 올해는 목표 매출을 각각 1조2400억원, 1900억원대로 높였다. 

특히 올해는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 업체와 협력에도 나섰다. 지난 10월 미국 방산업체 레이시온사와 'ISTAR 사업 기술협력을 위한 합의서(MOA)'를 체결했다. 양사는 이를 통해 설계 및 개조, 비행시험 등 분야에서 상호 독점적인 사업·기술 협력을 약속했다.

지난 4월에는 델타항공 자회사인 델타 테크옵스와 A220 및 A320NEO 항공기의 MRO 기술 노하우를 공유하기로 했다. 북미 최대 규모 항공기 개조·정비업체인 테크옵스는 전 세계 100개 이상 항공사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A220에 대한 MRO 노하우가 있고 델타항공은 A320NEO 노하우가 있어서 서로 기술을 공유하게 됐다"며 "그만큼 대한항공의 MRO가 세계 시장에서 신뢰를 받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항공안전 필수 MRO... 2029년 1160억 달러 규모로 성장 전망

이처럼 항공업계가 MRO 시장에 적극 뛰어드는 이유는 반드시 필요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국내 항공산업의 급속 팽창으로 지연·결항이 늘면서 MRO 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해왔다. 실제 항공기 정비로 인한 결항은 2017년 54편에서 지난해는 69편으로 27.8%나 증가했다. 지연 운항도 2017년 971편에서 지난해 1136편으로 17.0% 많아졌다.

특히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대부분은 자체 정비시설이 없어 해외 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LCC 항공 사고 발생률은 1만 운항당 0.63건이다. 대한항공 등 국내 대형항공사(FSC)의 4배에 이르는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MRO 시장은 올해 820억 달러에서 2029년 1160억 달러로 연평균 3.5%씩 성장하고 있다"며 "항공 안전뿐만 아니라 미래 먹거리로서 반드시 키워야 할 시장"이라고 말했다.

김병재 상명대 교수는 "MRO 산업 등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항공업계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 정책을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현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20일 경남 사천시 KAI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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