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만 칼럼] ​한국판 도광양회가 해답이다.

2019-11-28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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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상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지난달 22일 저녁 한국 정부가 일본과의 군사비밀정보공유협정( (GSOMIA·지소미아) '효력상실 정지결정’을 내렸을 때, 필자는 양국의 고위 당국자들이 이제부터라도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갈등의 매듭이 잘 풀려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후 며칠간 논란이 되고 있는 일본 언론과 정부 인사들의 언행과 언론 플레이를 보면서 참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자국의 국가이익을 위해서는 철두철미하게 본색을 감추고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말을 바꾸는 일본의 행태는 지난 40년간 국제정치를 공부하면서 금과옥조로 인식했던 ‘국제사회에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현실주의적인 홉스적 명제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계기를 필자에게 제공해 주었다. 일본은 믿을 수 없는 나라이고 협력해서 함께 나아갈 나라가 아니라 우리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일본은 해양국가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대륙으로 진출하려는 속성이 있다. 한반도는 이래저래 일본이 관심을 갖는 전략적 요충지일 수밖에 없다. 일본은 동아시아 근현대사에서 가장 먼저 문호를 개방해서 서구문물을 도입했고, 강력한 중앙집권 통치를 하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가장 먼저 완성한 제3세대 자본주의 국가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국력을 증강한 일본은 유럽의 근대 자본주의 국가들이 제국주의적 해외팽창을 자행했던 것과 동일선상에서 ‘대동아공영권’이라는 ‘유사패권행위’를 추구했지만 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후 그 패권을 완성하지 못해 미련이 많이 남아 있는 국가다.

아베의 일본은 전후체제를 타파하고 평화헌법을 수정하여 정상국가로 가려는 수순을 밟고 있다. 일본은 아시아, 즉 중국을 넘지 못하면 아시아에서 대국으로서 존재감이 없기 때문에 어쨌든 중국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 방법이라는 것이 강자에게 붙어 우방이 되어주면서 그 힘을 이용하여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이다. 어쨌든 일본은 미·일동맹의 견고함을 무기로 중국을 상대하기가 한국보다는 유연한 입장에 있는 것도 부인하지 않겠다. 한국은 미국, 일본, 중국, 북한 등 상대해야 할 대상들이 모두 만만치는 않다. 상대할 대상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국력이 분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것이고, 상대방은 이런 약점을 이용해서 편 가르기를 하는 것이다.

일본이 행하는 현재의 상황은 미·일의 한국과의 대결 구조를 조장, 3각 협력체제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은 한국을 굴복시켜 중국 견제에 활용하고, 더 나아가 한·미관계조차도 파괴하여 한국을 종속화시키려는 저의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개혁·개방 40여년을 도광양회(韬光养晦,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라는 슬로건을 실천하면서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하였다. 미국은 패권유지 비용의 상승을 감당하지 못해 이제는 제대로 국제공공재조차 공급하지 못할 지경에 다다랐다. 그래서 미국은 일본 주도의 중국견제망을 구축하기 위해 한국을 끌어들여야 하는데, 그 방법은 한·미·일 3각 공조체계를 공고히 하는 것이 유일한 수단이므로 한국에 대해 무리한 동참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과 맞물려 시진핑 집권 2기에 접어 들어 한·중관계에도 많은 변화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대(對)한반도정책은 주변정세의 안정화와 우호세력 확보에 있기 때문에 최근 한국에 대해서도 일련의 우호적인 시그널(리커창 총리의 중국 시안 삼성반도체 공장 방문,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한국방문 부분 허용, 한·중 국방전략대화 재개, 중국의 항공방공식별구역(KADIZ) 진입 사전 통보, 왕이 외교부장의 방한 등)을 보내고 있다는 점도 잘 고려해야 하며, 한국이 미·일 중심의 중국 견제에 깊숙이 개입하는 문제는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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