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27일 오후 2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형법상 강요죄 등 혐의로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1차 공판에서 이같이 말했다.
1시간30여분 가량 진행된 이날 재판에서도 공소장에 대한 재판부의 지적은 이어졌다. 앞서 지난 29일 김 전 장관의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도 재판부는 공소장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강하게 힐난한 바 있다.
특히 이날 재판부는 공소장에 적시된 주위적 공소사실과 예비적 공소사실 부분을 문제 삼았다. 모순되는 사실이 같이 기재됐다는 것이 송 부장판사의 지적이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환경부 감사관실에 대한 감사 지시, 임원에 대한 일괄 사직서 제출 종용 등 김 전 장관에 대한 혐의에 대해서 설명했다. 검찰의 설명을 듣고 난 재판부는 검찰이 주위적 사실에 적시한 내용중 '형법상 강요죄' 부분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임원들이 따르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사유가 없다는 취지다.
형법 12조는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자기 또는 친족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에 의하여 강요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이 이들의 해임을 강요하기 위해 물리적인 위해를 하지 않았다면 처벌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허위공문서 작성 지시 등 위법한 명령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언급하며 "검찰이 반박을 해야하는데,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사실 관계를 기초로 주위적 공소사실을 작성해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임원들에 대해) 저항하지 못하는 폭력 있어야 하는데 공소사실에 기재가 안 돼 있다"며 "간접정범 부분은 증거조사도 필요 없어, 조정을 하거나 삭제해서 정의 구현하는데 별다른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한 부분도 지적했다. 검찰의 공소장에는 임원 중 특정인물이 이 사건의 주범으로 기재돼 있는 부분과 피해자로 기재된 부분이 혼재돼 있어 모순됐다는 지적이다. 재판부는 이같은 경우 선별적 기소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검찰에 다음 재판까지 답변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2017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환경부 공무원을 시켜 박근혜 정권에서 임명된 산하 공공기관 임원 15명에게 사표제출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로 환경공단 이사장 등 임원 13명이 사표를 제출했다.
또 지난해 7월 청와대가 추천한 환경공단 상임감사 후보 박모씨가 임원추천위원회 서류심사에서 탈락하자, 임추위 면접심사에서 '적격자 없음 처리 및 재공모 실시' 의결이 이뤄지도록 조치했다.
당시 박씨가 대체자리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이 지배주주로 있는 유관기관 회사 대표 자리를 희망하자 해당 기관 임원들로 하여금 박씨를 회사 대표로 임명하도록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의 경우 박씨의 임추위 서류심사 탈락을 이유로 환경부 운영지원과장과 임추위 위원으로 참여한 환경부 국장에 대해 문책성 전보인사를 낸 혐의도 있다.
신 전 비서관은 박씨가 탈락하자 환경부 운영지원과장에게 '깊은 사죄, 어떠한 책임과 처벌도 감수, 재발방지' 내용이 담긴 소명서를 쓰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또 2017년 9월~2018년 11월 환경부 산하 6개 공공기관·17개 공모직위와 관련해 사전에 청와대·장관 추천후보자에게만 업무보고·면접자료를 제공하고, 환경부 실·국장으로 하여금 추천후보자를 추천배수에 포함하는 임무를 하게 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지난해 2~3월 환경공단 상임감사가 사표제출을 거부하자 이를 압박할 목적으로 환경공단에 임원들 감사자료를 준비하게 하고, 해당 인사에 대해서만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집중 감사해 사표를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