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재판부는 정중하게 협조를 요청하는 형식을 빌기는 했지만 공소 절차상 하자를 공개적으로 꼬집었다. 법원이 검찰 공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정 교수에 대한 공소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열린 정 교수의 사문서 위조(동양대 표창장) 혐의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사건 병합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검찰의 공소장 변경에 대해서는 문제점을 조목조목 꼬집었다.
재판부는 우선 공소사실의 '동일성' 문제에 대해 언급하며 "검찰 측에서 공소장 변경 허가신청을 해도 동일성 여부에 따라 심리해 봐야 한다, 당분간은 사건을 병합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첫 번째 공소장에서 2012년 9월이던 '표창장 위조'가 두번째 공소장에서는 2013년 3월로 바뀌는 등 도저히 같은 사건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
이어 추가 공소장에 포함된 증거인멸, 사모펀드 혐의의 경우 공소장에 정범과 공범이 특정돼 있지 않다는 부분도 지적됐다.
재판부는 "병합을 보류하는 이유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전제로 하는데, 이 사건은 좀 특이하게 다른 사건 수사 이후 공소가 제기되고 있다"며 "공소가 제기된 이후에도 언론을 통해 보면 압수수색이나 피고인 영장발부, 피신조서 등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공소 제기 후 압수수색은 적법하지 않다는 판례를 언급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소제기 뒤 압수수색, 피의자 심문 등 강제수사는 적법하지 않은데 이 사건은 공소제기 뒤 강제수사로 취득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음 기일까지 공소장 변경하면서 공소제기 후 강제소환, 피신조서 등을 증거목록에서 뺄 것"을 요구했다.
이 밖에도 재판부는 검찰에 "증거인멸 교사 혐의에 대해서도 정범에 대한 기소여부를 먼저 결정해달라"는 요구도 내놓았다. 증거인멸을 한 '정범'(범죄행위를 직접 실행한 자)를 기소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교사범의 처벌을 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외형상 정중한 요청 형식이었지만 절차상 하자를 냉정하게 꼬집은 셈이다. 사실상 검찰이 법정에서 망신을 당한 것으로 봐도 무방한 모양새다.
변호인 측의 문제제기와 검찰의 무기력한 대응도 계속됐다. 제삼자 간 대질신문 부분을 특정과 사문서 위조 증거 목록 확정 여부에 대해 확인을 요구했지만 검찰은 아무도 즉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문제가 됐던 '열람·등사' 문제도 다시 한번 쟁점이 됐다. 검찰이 증거목록을 제출하면서 진술자들의 이름을 전부 익명처리한 것이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큰 진술자는 목록을 비교하면 알 수 있지만, (정 교수와 관련자 간 진술이 아닌 제삼자 간) 대질 진술 같은 경우는 여러명이기 때문이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익명처리 주장을 굽히지 않았지만 재판부는 진술자를 알려줘야 한다며 검찰에 협조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와 관련해서도 즉답을 내놓지 않아 정 교수 재판은 한동안 공전이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