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주권행사] 책임투자 대폭 확대...이사진 사임도 촉구

2019-11-1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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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배임 등엔 적극적 주주권 행사 추진

 


국민연금이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임투자를 대거 강화한다. 단순히 투자결정 시 ESG를 고려하는 게 아니라 주주권 행사를 통해 기업문화를 개선할 방침이다. 기업이 법령을 위반할 우려가 있다면 이사진 사임까지 촉구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1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의 행사 요건 구체화를 위한 공청회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과 경영참여 목적 주주권행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달 말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가이드라인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ESG 고려한 책임투자 확대 

우선 보건복지부는 재무적 요소와 함께 ESG를 종합 고려한 책임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주주권행사를 통해 ESG 요소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국내 주식 일부에만 국한되던 책임투자를 기금 전체 자산군에 적용한다.

자산군과 운용방식에 따라 특성을 고려해 ESG 요소를 투자전략에 융합시키고, 주주권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과의 대화(Engagement) 전략도 확대한다. ESG 관점에서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산업과 기업을 포트폴리오에서 배제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 도입도 검토할 예정이다.

현재 4조6000억원 규모로 5개 운용사가 운영 중인 책임투자 위탁펀드는 ESG 요소 중심의 신규 벤치마크 지수를 개발해 내실화를 꾀한다. 기타 위탁운용사 선정 시에도 책임투자 요소를 포함한다. 책임투자 정책과 지침이 있는 운용사는 가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또 운용과정에서 책임투자를 이행하는지 파악하기 위한 점검을 병행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책임투자 활성화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관련 지침의 제개정을 추진한다.

ESG 정보 획득을 위한 공시제도 활성화를 위해 관련 제도의 개선도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책임투자 담당조직의 역량을 강화하고, ESG 평가체계도 마련한다. 

◆개선 부족하면 주주권 행사

보건복지부는 문제를 개선할 의지가 없는 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도 발표했다.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 활동은 △비공개 대화 기업 지정 △비공개 중점관리기업 지정 △공개 중점관리 기업 지정 △주주제안 네 단계로 추진된다.

각 단계마다 기업에 개선을 요구하는 대화 전략이 이뤄진다. 다만, 예상하지 못한 우려사안이 발생할 경우 비공개 대화 단계 후 바로 주주제안을 시행할 수 있다.

기금운용본부의 정기 ESG평가 등급이 2등급 이상 하락해 C등급 이하로 떨어질 때, 혹은 ESG와 관련해 예상하지 못한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권익 침해 우려가 발생하는 경우가 포함된다. 공개 중점관리 기업 중 개선 의지가 없다고 판단되면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대상으로 선정된다.

세부적으로는 △기업의 배당정책 △임원 보수한도 적정성 △횡령·배임 등 법령상 위반 우려 사안 △지속적인 반대의결권 행사 등 네 가지 중점관리 사안이 대상이다. 법령상 위반 우려와 지속적 반대 의결권 행사의 경우 이사 해임까지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가이드라인에 제시됐다.

관리사안이 발생하면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가 경영참여 주주제안의 추진여부와 내용 등을 검토해 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한다. 기금위는 검토내용을 바탕으로 경영참여 주주제안 여부와 내용을 결정해 기금운용본부가 이행하도록 의결한다.

아울러 경영 참여 주주권을 행사할 때는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의 주식 보유목적을 '경영 참여'로 변경한다. 보유지분율 10% 이상 기업에 대한 경영 참여 주주 제안 때는 단기매매차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당 기업의 주식 매매를 정지하도록 했다.
 
◆애매한 규정에 대한 우려

가이드라인에 대한 토론도 진행됐다. 곽관훈 선문대 교수는 "국민연금의 운용 목적은 안정성과 수익이며, 경영참여도 이런 기본적인 목적을 고려한 상태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투자 전문가들로 구성되지 않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등에서 수익과 기업의 장기적 가치향상이 어떻게 연동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 없이 경영 참여가 이뤄질 가능성이 많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곽 교수는 일본처럼 의결권 행사를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하고, 기금위에서 이를 관리하고 책임을 묻는 구조를 제안했다. 현재는 기금위가 잘못된 결정을 하더라도 책임을 묻거나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이날 발표된 방안들이 지나치게 모호하다고 꼬집었다. 류 대표는 "불분명한 규정으로 기금운용본부에 과도한 권한을 주고 있다"며 "로드맵을 봐도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지 다음 정부로 미루려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책임투자 활성화방안 등을 발표한 최경일 보건복지부 연금재정과장은 "책임투자의 필요성이나 당위성을 부정할 분은 없겠지만, 부족한 부분에 대해선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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