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빅딜로 유료방송시장에서 독주하던 KT(30.1%)를 LG유플러스(24.5%)와 SK브로드밴드(23.9%)가 바짝 뒤쫓게 돼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넷플릭스·구글·디즈니 등 글로벌 기업도 국내 사업 확대를 꾀하고 있어 미디어 시장의 커다란 지각 변동이 예고된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10일 "급변하는 기술·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합병을 승인하되, 경쟁 제한 우려를 차단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보호하기 위해 시정조치 내용을 포함한 조건부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지난 3월 CJ헬로 발행주식 50%+1주를 CJ ENM으로부터 취득하는 계약을, SK텔레콤과 태광그룹은 5월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 계약을 각각 공정위에 신고했다.
아울러 8VSB 케이블 가입자 보호를 위해 8VSB와 디지털 간 채널 격차를 줄이고, 8VSB 케이블TV를 포함한 결합상품을 출시해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8VSB는 디지털TV를 보유한 아날로그 방송 가입자도 기존 아날로그 요금으로 별도의 디지털 셋톱박스 없이 신호만 변환하면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는 방식이다.
다만 당초 쟁점이 됐던 교차 판매 금지는 이번 조치에서 제외됐다. 단기적으로 경쟁 제한 우려는 있지만, 소비자 편익 측면을 고려했다고 공정위 측은 설명했다. 조성욱 위원장은 "TV 수신료 인상과 채널 수 변경을 제한했기에 교차 판매로 우려되는 문제를 대체할 수 있다"면서 "기업의 유통망을 이용하는 측면의 효율성과 소비자의 편의성 등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앞서 공정위는 2016년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의 합병을 막았다. 3년 만에 판단이 바뀐 데 대해 조성욱 위원장은 "과거와 다르게 유료방송시장 구조가 디지털 중심으로 개편됐다"면서 "과거에는 ITPV와 종합유선방송(SO)을 하나의 시장으로 봤지만, 현재 IPTV 가입자가 SO를 넘어섰고, VOD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는 등 별개 시장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합병 승인으로 유료방송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합병 이후 SK브로드밴드 시장점유율은 14.3%에서 23.9%, LG유플러스는 11.9%에서 24.5%로 각각 올라선다. 1위 KT(30.1%)와의 격차도 크게 좁혀지게 된다. 여기에 넷플릭스·구글·디즈니 등 글로벌 거대 기업들도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유료방송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