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미국 현지 언론들은 민주당이 과반을 점한 미국 하원이 그동안 비공개 증언을 토대로 진행해 온 탄핵조사를 마무리하고 이번주 공개 청문회를 연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비공개 증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던 전·현직 당국자들이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는 공개 청문회에 나와 이른바 '우크라이나 의혹'에 대한 진술을 하게 된다.
오는 13일에는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 대행과 조지 켄트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부차관보가, 15일에는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가 청문회에 나선다.
이들 말고도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 등 이미 비공개 증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이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전격 경질된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증언 여부가 이번 공개 청문회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볼턴 전 보좌관 측은 비공개 증언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법원의 결정을 받아보겠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볼턴 전 보좌관은 최근 출판사와 저서 출간 계약을 체결한 걸로 알려지면서, 탄핵정국에 영향을 주는 내용이 책에 담겼을 지에 눈길이 쏠린다.
다만 민주당은 법정 공방에 휘말려 탄핵조사가 동력을 잃을 수 있는 데다 이미 전·현직 당국자들의 진술로도 꽤 많은 증거를 수집했다고 보고 볼턴의 증언 확보에 매진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번 탄핵정국이 공개 청문회로 전환되면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사임을 불러온 1973년 '워터게이트 청문회'가 재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공개 증언에서 했던 증언이 되풀이된다고 해도 TV로 중계될 공개 청문회의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당시 ABC, CBS, NBC 방송이 돌아가며 250시간에 달하는 청문회를 중계했으며, 시청자 71%가 생중계로 지켜볼 정도로 화제가 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생중계 등을 통해 자극적인 내용이 잇따르게 되면 미국 국민들의 눈이 자연스럽게 청문회로 쏠릴 예정이어서 민주당은 내심 워터게이트 청문회와 같은 결과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측은 전력 방어에 나서고 있다. 여론이 악화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재선 가도에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지난 4월에 한 전화 통화 녹취록을 청문회 직전쯤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통화는 7월에 이뤄졌으며 민주당은 4월에 있었던 첫 통화의 녹취록을 공개하라고 요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탄핵조사를 주도하는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 바이든 전 부통령, 내부고발자 등을 목록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목록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공개 청문회에 세울 증인 목록을 의미하는 것으로 미국 언론은 해석했다.
하원의 공화당 의원들도 이날 청문회 증인 목록에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 헌터와 내부고발자 등을 넣어야 한다며 가세했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의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청문회가 바이든 일가나 2016년 대선에 대한 엉터리 조사의 수단이 되게 하지 않겠다"며 단칼에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