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여신제도개선추진단은 중소기업 대출 시 해당 기업의 자산은 물론 기술 및 영업력까지 고려해 금리와 한도를 결정하는 통합여신심사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이 모형은 이르면 내년 초 도입해 운영할 계획이다.
이는 우량 중기대출 자산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기존 여신심사에서 우량기업으로 부풀려진 기업을 가려내는 한편, 기술이나 영업력은 보유했지만 자산이 부족해 저평가돼 온 기업을 우대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지난 6월 우리은행은 여신제도개선추진단을 꾸리고 중기에 대한 심사역량 강화 등을 추진해 왔다.
우리은행 고위 임원은 "저금리 기조 및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정책으로 중기대출 공급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경쟁력을 보유한 중기를 걸러내는 것이 관건인데, 이를 위한 대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과 10월 기준금리가 잇따라 인하됐음에도, 글로벌 불확실성 완화에 따라 국채를 비롯해 은행채 등 시중금리가 최근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내년 기준금리가 한 차례 더 내려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만큼, 시중금리가 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본격적인 초저금리 시대를 맞기에 앞서 대출자산을 확대한다는 것이 우리은행의 전략이다.
문제는 연체율이지만, 우리은행은 ‘뒷문 잠그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9월 말 현재 우리은행의 중기대출 연체율은 0.36%로, 전년 동기 대비 0.04% 포인트 개선됐다. 같은 기간 타 은행이 0.34%에서 0.43%로 오르는 등 은행권 연체율이 악화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여기엔 기업여신 자동심사시스템을 도입한 점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은행은 지난 9월부터 △외감기업 대출은 80억원 이하 △비외감기업의 경우 담보대출은 60억원, 신용대출은 30억원 이하 건에 대해 인적심사를 생략했다. 심사역은 거액여신 심사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 현재 기업여신의 60%가량이 자동심사시스템으로 심사가 진행된다.
이러한 전략으로 우량자산 비율은 오르는 중이다. 9월 말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총액(원화대출금 기준)은 99조3000억원인데, 이 가운데 중기 BBB0·소호 5등급 이상인 우량대출액이 84조8000억원이다. 기업대출 중 우량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말 69.5%에서 올해 9월 말 85.4%로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