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윤달은 ‘점괘가 피해가는 달’, ‘수의를 준비하는 달’ 등으로 표현된다. 예로부터 윤달은 덤으로 생긴 달이기 때문에 모든 길흉화복을 점치는 점괘가 피해가는 달이라고 한다.
윤달에는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털이 안 난다는 속담이 있다.
실제로 윤달에 수의를 준비하거나 선조의 묘를 단장하는 풍습이 조선후기에 편찬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기록되어 있다.
윤달에 조상의 산소를 이장하는 행위는 과학과 합리적 사고가 지배하는 현 시대에는 조금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생각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과학적 사고와 종교를 떠나 모든 재앙이 피해간다는 윤달에 조상 산소를 이장한다면, 조상님도 작은 것 하나까지 세심하게 챙기고 정성스럽게 모시고자 한다며 후손의 마음을 어여쁘게 여기지 않을까?
2020년 윤달은 묘지를 이장하기에 좋은 시기다. 특히 조상의 산소를 불법인 곳에 모시고 있다면 더욱 고려해 볼 만하다.
포천에는 舊 황동묘원과 같은 불법묘지가 더러 존재한다. 그러나 묘지라는 특수성에 기인해 행정대집행과 강제이장이 어려워 불법묘지 상태는 크게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포천시는 불법묘지를 자진해서 이장하는 연고자들에게 혜택을 제공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자발적으로 불법묘지를 해소하는 만큼 어떠한 처벌도 하지 않으며, 최대한 행정적 편의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시간비용과 경제적 부담을 생각하면 묘를 옮기는 일이 쉽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매장을 고수하지 않고 화장을 선택한다면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 수 있다.
전국 화장률은 90%를 육박하고 있으며 포천시 내촌공설자연장지 같은 곳은 비용도 저렴하다.
내촌공설자연장지는 포천시 시립 장사시설인데, 수목장과 잔디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포천시 관내 불법묘지로 조성된 모든 연고자가 이용할 수 있다. 비용은 30년간 40만원이며 별도의 관리비는 들지 않는다.
舊 황동묘원에 12년간 안치됐던 조상님의 묘를 개장해 보니, 물이 차서 탈골이 되지 않았던 사례도 있다.
모든 경우가 이와 같지는 않겠지만 좋지도 않은 터에 매장만을 고집하고 이장하지 않는다면, 자신도 모르게 조상님들의 유해를 물속에 모시는 큰 불효를 저지를 수도 있다.
불법인 묘에 모셔진 조상님들도 마음이 편치는 않으실 것이다.
후손된 입장에서 조상님들이 평안하게 영면하실 수 있도록 개장, 화장 절차를 거쳐 합법적인 묘로 전환해 드린다면 후손된 자들의 성의와 배려를 ‘고맙다’ 하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