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배터리 대전' 점입가경...신학철·김준, CEO 책임론 '솔솔'

2019-11-0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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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고받기식 치킨게임...한·중·일 3국 경쟁 심화 속 점유율 '급락' 우려

[자료=아주경제DB]

[데일리동방] 배터리 대전으로 불리는 LG화학-SK이노베이션간 소송전이 점입가경이다.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이 2차 전지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등에 제소한 것을 시작으로 SK이노베이션이 맞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양사는 추가 소송, 형사 고소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주고 받았다.

무한경쟁이 특징인 글로벌 시장의 특성상 배터리 시장을 둘러싼 국내 업체간 과열 경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한·중·일 국가간 생존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양사간 소송전이 자칫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결국 공멸의 길로 들어서는 악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양사 경영진은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의 결단과 정부의 중재 등 장외에서 해결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CEO 간 해결이 원만치 않을 경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그룹 총수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배터리 3개사 1천억 규모 공동펀드 조성...1년째 투자처도 못찾아
    

산업통상자원부가 차세대배터리 생태계 조성을 위해 지난해 11월 배터리 3개사를 모아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지만 1년째 '갈 곳 잃은 돈'이 됐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분쟁'에 빠지면서다. 당시 핵심기술 공동 연구개발(R&D) 협력도 추진키로 했지만 이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양사의 분쟁이 결국 '제 살 깎는 격'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4일 "차세대배터리 펀드 및 공동 연구개발은 체결된지 1년이 되어가지만 사실상 진척된 것은 없다"며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소송까지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협력이 이뤄질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올해 4월부터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두 회사 간의 분쟁은 시간이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된 소송만 3개가 된다. 지난 9월에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CEO 회동'에 나섰지만 입장 차이만 부각됐다. 최근에는 양사가 5년 전 함께 작성한 합의서 원문까지 공개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두 회사가 감정 싸움에 휩쓸려 차세대 시장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中의 자본, 日의 기술…배터리도 '샌드위치' 신세

우선 중국의 '자본력'과 일본의 '기술력' 사이에 놓인 우리나라 배터리 업계의 입지가 안정적이지 못하다. 자동차 등 국내 주요 제조업이 처한 샌드위치 상황이 고스란히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정부가 주도하는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에 차 가격의 30%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자국 기업을 지원했다.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체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출하량 기준) 가운데 중국 업체 비중은 52.9%에 달했다. 반면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국내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4년 30% 수준에서 올 상반기 19.7%로 떨어졌다.

일본 업체는 차세대 배터리로 손꼽히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력에서 앞서가고 있다. 특히 일본의 완성차 업체인 토요타(Toyota)와 배터리 업체인 파나소닉(Panasonic)은 내년 양상을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토요타는 이미 200개 이상의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전해질을 사용한 제품으로, 전해액을 사용하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출력은 높으면서 안전성은 강화돼 차세대 배터리로 각광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을 놓고 한·중·일 3국이 80% 이상을 점유하고는 있지만, 중국의 시장점유율이나 일본의 기술력 등을 감안하면 우리나라가 미래 경쟁력을 담보할 수는 없다"면서 "공동 연구개발 등을 통해 기술력을 높이거나 가격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데 분쟁만 이어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자료=아주경제DB]


◇ 완성차업계 "소송 때문에 공급 불안정 우려...리스크 요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이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에게는 공급 불안정 요인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양사는 '특허침해' 소송을 주고받으며 상대 회사의 배터리 생산방식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8월 30일, LG화학은 한 달 뒤인 9월 27일 각각 특허침해 제소에 나선 것. 미 ITC가 특허침해를 인정하게 되면 해당 특허를 기반으로 만든 배터리 생산이 막히게 된다. 그러나 두 회사 모두 상대 회사의 특허 기술을 일정 부분 사용하고 있어 '치킨게임'으로 들어가면 서로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안정적인 공급망을 원하는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섣불리 계약을 하기 어려운 조건인 셈이다. 양사가 차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을 들여다봐도 완성체 업체와 깊이 연관돼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제소한 특허침해 건은 LG화학이 GM과 아우디, 재규어 전기차에 납품한 배터리가 포함돼 있다. 이후 LG화학이 제소한 특허침해 건에는 기아자동차 '니로'에 장착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팩이 걸려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한국 배터리 제품이 우수하다는 평을 받지만 소송에 연루돼 있는 제품을 공급받는 것은 분명 리스크 요인"이라면서 "계획된 시점에 필요한 양을 공급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부담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동차업체도 전기차 배터리 자체생산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인 폭스바겐은 스웨덴 배터리업체에 출자해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합작사를 설립키로 한 바 있다. 내년부터 공장 건설을 시작, 오는 2023년 말이나 2024년 초부터 연간 16GWh 규모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사업을 통한 수익성도 하나의 이유지만, 안정적인 공급물량 확보 또한 중요한 이유인 것으로 전해진다.

◇ "특허기술 공유...승자없는 난타전" "국회 등 정치권 나서야"

전문가들은 두 회사가 감정싸움에 빠져 냉정하게 득실(得失)을 계산하지 못하는 점을 우려한다.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두 회사가 인력유출 건부터 시작해서 분리막 소송까지 치르게 돼 소송비용만 해도 천문학적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배터리 사업으로 창출하는 수익보다도 소송으로 야기되는 손실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사가 특허침해 소송을 걸면서 서로의 생산망을 옥죄는 상황에 이르렀는데, 두 회사 모두 상대 회사의 특허기술을 일정 부분 공유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승자 없는 난타전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로 인해 국내 리튬이온 기술을 바라보는 국제적인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는데 두 회사는 엉뚱한 곳에서 소모전을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정부가 물밑에서 조율을 시도하고는 있지만 큰 영향력을 미치지는 못하는 모양새"라면서 "국회 등 정치권에서 나서서 양사의 협력을 종용하며 더 큰 비전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나 두 회사는 여전히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LG화학 측은 "후발업체가 손쉽게 경쟁사의 핵심기술 및 영업비밀을 활용하는 것이 용인된다면, 그 어떠한 기업도 미래를 위한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소송은 LG화학의 고유한 지식재산권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반면 SK이노베이션 측은 "LG화학은 지난 2011년에도 분리막 특허와 관련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당시 특허권침해금지 및 특허무효주장 등 모든 소송에서 패소한 바 있다"며 "당시 패소하며 10년간 부제소하기로 합의한 그 특허를 갖고 다시 소송을 제기하는 '발목잡기' 식의 행태에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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