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아모레 회장의 승계 해결사 '전환우선주'…일반주주는 어쩌나

2019-11-01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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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지배구조 강화 목적"…전환시 지분율 2.3%p 증가

전환 후 주주가치 희석…주주가체고와 맞바꾼 승계 비판

장녀 서민정, 2016년에도 전환우선주 증여로 지분 확보

(왼쪽부터)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서민정 뷰티영업전략팀 프로페셔널[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데일리동방]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이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섰다. 시장은 오너 3세 승계를 위한 포석이 될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실적 악화 속 주주가치제고와 맞바꾼 승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 발행가액은 주당 2만8200원으로 신형 전환우선주 709만2200주를 발행한다.

자금조달 금액 2000억원 중 1600억원은 아모레퍼시픽 지분을 취득하는데 사용된다. 나머지 400억원은 오설록 출자금에 활용할 예정이다.

◆ 승계 키워드 '전환우선주'

서경배 아모레G 회장도 구주주 우선배정 방법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출자금액은 873억원이며 출자주식수는 309만6881주다.

아모레G 측은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지분 확대를 통한 지배구조 강화가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이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통상 우선주는 보통주 대비 30~40% 할인된 값에 거래되기 때문에 오너가 전환우선주를 자식에게 증여하면 세금을 줄이면서 추후 자녀의 보통주 지분을 확대할 수 있다.

우선주 상장 요건이 완화된 점도 우선주가 승계에 자주 이용되는 이유로 꼽을 수 있다. 과거 우선주를 신규 상장하려면 공모절차를 반드시 거쳐야했지만 최근 한국거래소 규정 개정으로 분산 요건만 충족되면 공모가 면제된다.

유상증자를 하더라도 정작 지분율 변화가 미미한 점도 아모레G 측 입장과 다른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아모레G의 아모레퍼시픽 지분율은 35.4%다. 아모레G가 2000억원의 아모레퍼시픽 전환우선주를 매입해 보통주로 전환하더라도 지분율은 35.4%에서 37.7%로 2.3%포인트 증가하는데 그친다.

이번 유상증자 핵심은 발행된 전환우선주가 10년 뒤 보통주로 전환되다는 점이다. 전환우선주는 발행 직후엔 의결권이 없어 배당만 받지만 10년 뒤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특히 아모레는 신주인수권을 양도할 수 있게 설정했다. 서경배 회장이 보유한 신주인수권을 장녀 서민정씨에게 전량 양도하면 서씨는 약 3.4%의 아모레퍼시픽 지분을 추가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서씨는 앞서 아모레퍼시픽 전환우선주를 통해 지분을 늘린 전력이 있다. 때문에 이번 전환우선주도 서씨에게 증여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016년 12월 아모레G의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서경배 회장은 서씨에게 아모레퍼시픽 우선주 20만1448주를 증여했다. 증여받은 우선주의 45%(8만8940주)는 증여세 명목으로 현물 납부됐다. 나머지 11만주는 아모레G 상환전환우선주 24만1271주로 교환했다.

이후 10여년이 지난 2017년 아모레G의 상환전환우선주는 보통주 241만2710주로 전환됐다. 이로써 서씨는 아모레G 지분 2.93%를 보유하게 됐다.

[사진=견다희 기자]

◆ 주주가치제고와 맞바꾼 승계

아모레G가 유상증자를 통해 아모레 지분율 확대에 나섰다는 점은 회사 주가에 부정적이다. 넉넉한 현금성 자산(2019년 6월 말 기준 2730억원)이 있음에도 유상증자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우선주는 회사의 자본을 구성하는 자기자본이나 의결권이 존재하지 않고 잔여재산에 대한 분배권 또한 부여되지 않는다. 보통주로 전환 후에는 의결권이 부활하면서 잔여재산에 대한 분배권도 함께 부활되기 때문에 보통주 주주들의 지분가치는 전환분만큼 희석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이번 결정이 사실상 아모레G의 승계 작업과 연결된다는 점도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통상 신형우선주는 승계작업에 활용되곤 하는데 주가에 노이즈로 작용할 수 있다”며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희석된다는 점도 주가를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지분 확보로 지배주주 순이익이 늘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궁극적으로 회사 주가가 오르기 위해선 실적 개선이라는 재료가 필요하다.

아모레G는 지난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104억원이 그쳤다. 전년 동기대비 35.2% 감소했다. 국내외 사업 영업이익도 각각 21%, 56% 감소한 735억원, 201억원으로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 중저가 로드숍 브랜드 실적도 부진했고 면세점 매출도 감소세를 보였다. 올해 1분기에도 영업이익(2048억원)은 전년 동기대비 25% 감소하면서 하향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3분기에 전년 동기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4%, 42.3% 증가하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현재 국내 증권사 관계자들은 아모레G에 대해 모두 중립의견을 내놓고 있다. 중국 화장품시장에서 글로벌 브랜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망이 밝지 못한 탓이다.

그럼에도 시장은 아모레 지분을 추가 확보하기 위해 유상증자에 다시 나설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이는 주주들 지분가치가 더 희석될 수 있다는 의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실적 악화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영 승계에 매달리다 보니 주주들의 불만이 쏟아지는 상황"이라며 "무엇보다 실적 회복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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