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현대는 30일부터 12월 8일까지 토마스 사라세노(46) 개인전을 열어 작품을 선보인다. 2층에 설치된 거미와 조력으로 만든 작품이 인상적이다. 작가는 거미를 조력자라고 부른다. 실제 거미가 만든 거미줄이 담긴 유리 케이스가 작품이다.
작가는 거미에 관심을 가지고 이들의 생태계를 연구하면서 거미줄을 작품으로 내놨다. 거미 하나가 거미줄을 만들고 나서 다른 거미를 대체해 또 다른 거미줄집을 만드는 작업을 통해 작품이 완성됐다. 작품 당 두 세 마리의 거미가 조력자 역할을 했다. 작가의 조력자는 주로 무당거미다. 거미줄에 잉크를 묻혀 제작한 판화도 선보였다.
암실에 있는 작품 ‘아라크네, 우주진, 숨 쉬는 앙상블과 함께 하는 아라크노 콘서트’도 특이하다. 어두운 방 안에 개방돼 있는 거미줄집에 거미가 놓여 있고 불빛이 이를 비춘다. 불빛 앞 일어나는 먼지는 다른 영사기를 통해 벽면에 비춰진다. 먼지의 움직임에 따라 음이 발생하도록 한 장치를 통해 하단의 스피커에서 음향이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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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어두운 벽을 먼저 보고 어둠에 익숙해진 다음 불빛 쪽을 보는 것이 편할 것”이라고 조언했다.지하에는 건축 전공인 작가의 면모가 드러나는 작품이 설치돼 있다. 벽면에는 월페이퍼 작업인 ‘서울, 클라우드 시티즈’가 프린트돼 있다. 서울 전경 위로 다면체들이 뭉쳐 떠 있는 작품들이 소개돼 있다. 클라우드 시티즈 프로젝트는 부유하는 거주지에 도전하는 작품이다. 거울과 폴리에스터 끈으로 만든 다면체 구조로 된 설치 작품도 놓여 있다. 다면체의 내부는 거미줄처럼 끈이 이어져 있다.
작가는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가족이 유럽으로 망명했다. 이탈리아 베니스 근처의 오래된 집에서 성장하면서 다락방의 거미를 보며 자랐다. 12세에는 다시 아르헨티나로 이주해 대학을 나오고 독일로 유학을 떠나 현재 베를린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작가는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대형 설치작품을 선보였고 2011년 베를린 함부르거 반호프 현대미술관에서 대형 개인전을 열어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