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시위 군복 착용 불법인데... 왜 처벌 못하나

2019-10-2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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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유사군복 범위 현용(現用)으로 제한 해석

집회와 시위에 군복 차림으로 나서는 사람들을 처벌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다. 

경찰이 '유사 군복' 착용자에 대한 '채증' 방침을 세우고서도 사법처리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면서 논란은 더욱 가중되는 모양새다.

민간인의 군복 및 유사 군복 착용은 경찰만 단속할 수 있다. 국방부 조사본부가 특별사법경찰권이 없어 민간인을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기각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군복을 입고 서 있다. [연합뉴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사 군복을 입은 집회 및 시위 참가자들의 사법처리는 어려울 전망이다. 유사 군복 범위를 현재 착용하는 국군 혹은 외국군 군복으로 한정해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사 군복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는 '군복 및 군용장구의 단속에 관한 법률(군복단속법)'이다. 군수품의 유출을 방지하고 국방력 강화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1973년 5월부터 시행됐다.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유사 군복은 제2조 3항에 규정돼 있다. 군복과 형태, 색상 및 구조 등이 유사해 외관상으로 식별이 곤란한 물품을 유사 군복으로 정했다. 2017년 10월 개정된 국방부령에 포함된 유사 군복의 범위 안에는 전투복, 전투화, 전투모, 계급장, 장성급 장교 표지가 포함됐다.

관련법과 처벌 규정이 있지만, 문제는 판례에서 보듯이 유사 군복 범위가 현용(現用)으로 제한된다는 것이다.

A씨는 2017년 크리스마스 이브날 한 인터넷 중고물품 사이트에 중고 구형 군화를 2만원에 올렸다. 얼마 후 수사 기관에서 연락이 왔고 조사를 받았다. A씨는 불구속기소됐다. 1심은 A씨에 대해 벌금 100만원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현용 군복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도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0년 6월 18일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앞에서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 참여연대가 천안함 관련 서한을 유엔에 전달한 것을 비난하며 항의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집회 및 시위 참가자들이 착용하는 유사 군복은 대부분 국군 구형 전투복(얼룩무늬)과 외국군 구형 전투복이다. A씨 판례처럼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국방부 역시 "디지털 무늬 디자인 군복을 입지 않는 한 군복단속법을 적용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구형 전투복은 유사 군복 착용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외국군 군복의 경우 군복단속법에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미국 등 우리 군과 공동작전을 벌이는 대상이라면 외국군의 군용물을 보호하기 위해 1966년 제정된 '군용물 등 범죄에 관한 특별조치법(군용물범죄법)' 적용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집회 및 시위 참가자들이 현용 외국군 전투복을 구하기가 어려워 구형 전투복을 입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관련 법 적용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또, 군용물범죄법 제3조 2항에 따라 군복류의 경우 상습적인 범행이거나 물품 가액이 1000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돼 있어 외국 군복 이용을 유사 군복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근거도 미약하다.

임지석 법무법인 해율 대표변호사는 "지난해 2월 부산지법은 '외관상으로는 식별이 극히 곤란한 유사 군복 개념은 각자 다른 주관적인 것이어서 형사처벌하기에 너무 불명확하고 애매하다'고 밝힌 바 있다"며 "유사 군복 개념부터 명확히 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근 5년간 군속법 위반 사항 1004건을 검거해 1092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연도별로는 2014년 검거 15건(기소 의견 송치 18명), 2015년 110건(99명), 2016년 173건(189명), 2017년 433건(485명), 2018년 273건(301명)으로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검거 건수 대부분이 불법 군복 판매와 관계된 것으로, 유사 군복을 입었다고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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