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냉동 컨테이너 집단사망' 중국·베트남 혼합국적 가능성 높아

2019-10-2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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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세 베트남인, 가족에 "숨 쉴 수가 없다" 메시지 보낸 후 연락 끊겨

BBC "英 베트남 커뮤니티에 20여명 가까운 실종신고 접수"

베트남 정부 “신속한 신원확인 위해 긴밀 협의할 것”

경찰, 트럭 운전자·이전 소유주 등 포함 현재까지 5명 체포

영국에서 지난 23일 발생한 ‘냉동 컨테이너 집단 사망 사건’의 피해자들이 중국인을 포함해 일부 베트남인들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일간 더타임스는 컨테이너에서 사망한 피해자 중 상당수가 베트남 출신일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당초 영국 경찰은 피해자들이 중국인인 것으로 추정됐으나 영국 경찰은 아직 사망자들 다수의 국적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다.
 

시신 39구가 발견된 화물 트럭과 적재 컨테이너[사진=EPA연합뉴스]

더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베트남에 본부를 둔 시민 네트워크인 ‘휴먼 라이츠 스페이스’는 컨테이너가 벨기에에서 영국으로 향하던 시기에 베트남 26세 여성인 팜 티 짜 미가 “외국으로 가는 것은 성공하지 못할 것 같아. 숨을 쉴 수가 없어 죽을 것 같아”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짜 미는 베트남에서 중국으로 건너갔으며, 이후 프랑스를 통해 영국에 들어가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그는 밀입국 알선 조직에 3만 파운드(약 4500만원)를 지불했다고 트라 마이의 가족은 전했다.

휴먼 라이츠 스페이스는 피해자 중 최소 7명이 베트남 출신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영국 BBC 방송은 냉동 컨테이너가 발견된 이후 영국 내 베트남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기관인 ‘비엣홈(VietHome)’에 20명 가까운 베트남인들의 실종신고가 접수됐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나이는 15∼45세다. 이 중에는 20세 남성 응우옌 딘 르엉이 포함돼 있는데, 그의 부친은 지난주 아들이 영국으로 건너가기 위해 파리에서 다른 그룹에 합류했다고 말한 이후 아들로부터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베트남 온라인 매체 VN익스프레스도 이번 사건이 발생한 후 팜 티 짜 미 가족을 포함해 베트남 북부 하띤성과 응에안성에서 모두 13가족이 "영국에서 자녀가 실종됐다"고 당국에 신고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응에안성 옌타인현에서 활동하는 가톨릭 신부인 앤서니 당 흐우는 "영국 냉동 컨테이너에서 숨진 채 발견된 39명 가운데 대다수가 베트남 출신일 개연성이 있다"면서 "희생자들의 가족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황이 전해지자,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 총리는 이날 지방당국에 베트남 국민이 이번 사건 희생자에 포함됐는지 여부를 규명할 것을 지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베트남 외교부는 영국 주재 베트남대사관에 사망자들의 신속한 신원 확인을 위해 현지 경찰과 긴밀히 협력하라고 지시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사망 당시 위조 신분증을 갖고 있어 신원 확인에 혼선을 빚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더 타임스는 프랑스 검찰을 인용, 냉동 컨테이너에 밀입국자들을 실어나르는 것은 베트남 조직이 자주 사용하는 수법이라고 전했다.

냉동 컨테이너 내 온도는 영하 4도 정도로, 몸을 따뜻하게 감싸면 견딜 수 있는 수준이나, 항구에서 경찰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온도를 영하 20도까지 낮추면, 이번 사건과 같이 동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찰, 알선조직 등 추적…현재까지 4명 체포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에 체포된 사람은 모두 5명이다.

경찰은 사건 발생 당일 컨테이너를 적재했던 화물 트럭 운전자를 체포했다.

운전자 신원은 공식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북아일랜드 포타다운 출신의 모 로빈슨(25)이라는 이름의 남성으로 전해졌다.
 

냉동 컨테이너 사망자'들을 추모하는 런던 시민들[사진=EPA·연합뉴스]

경찰은 전날 3명을 추가로 체포했다.

경찰은 잉글랜드 서북부 체셔의 워링턴에서 조안나 마허(38)와 토머스 마허(38) 부부를 밀입국 주선 및 살인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부부는 아일랜드 출신으로 대형 트럭 수송업체를 운영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당초 로빈슨이 몰던 스카니아 트럭을 불가리아 바르나에 등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부는 그러나 이 트럭을 13개월 전에 아일랜드 동북부 모나간주(州)에 있는 업체에 팔았다고 주장했다. 모나간주는 운전자인 로빈슨이 살던 아마주와 인접해있다.

더 타임스에 따르면 토머스 마허는 "이번에 발생한 일은 매우 혐오스럽다"면서 "우리가 불가리아에 차량을 등록했었기 때문에 (사건 발생 직후) 경찰에 스스로 이를 알렸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들 부부 외에 북아일랜드 출신의 48세 남성을 런던 스텐스테드 공항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아일랜드 경찰은 이날 영국 경찰이 수사 중인 이번 사건과 관련해 20대 초반 남성을 더블린 항구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북아일랜드 출신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럭과 별도로 모나간주에 위치한 '글로벌 트레일러 렌탈'은 냉동 컨테이너를 지난 15일 한 아일랜드 남성에게 임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위성항법장치(GPS) 분석 결과 컨테이너는 15일 모나간주를 떠나 북아일랜드로 넘어갔다가 다시 아일랜드에 도착했다.

이후 더블린을 출발해 웨일스 홀리헤드를 통해 영국 본토에 들어왔고, 16일 저녁 유럽 대륙으로 넘어갔다.

컨테이너는 프랑스 덩케르크와 릴, 벨기에 브뤼주 등으로 옮겨 다녔고, 17∼22일 영국과 유럽 대륙을 두 차례 오간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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