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이미 두달 연속 마이너스(-)를 보인 소비자물가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저성장에 저물가까지 겹치며 디플레이션 발생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 2% 달성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환율 급락+변동성'에 수출기업 울상
지난달 안정을 되찾은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지난 2일 달러당 1206.0원을 기록한 환율은 22일 1169.7원까지 떨어졌다. 불과 12거래일 만에 36원 이상 급락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급락함에 따라 국내 수출기업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원화 가치 상승으로 해외시장에서의 상품가격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경쟁력을 만회하기 위해선 일정 부분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여기에 국내 외환시장의 큰 변동성으로 기업이 경영계획을 세우기 어려워 채산성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원화기준 수출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8% 하락했다. 기업이 같은 물건을 수출할 때 수익이 0.8% 떨어졌다는 뜻이다. 이는 원·달러 평균환율이 8월 1209.0원에서 9월 1197.6원으로 0.9% 낮아진 영향이다. 1년 전 대비 수출물가는 5.0% 떨어졌다. 특히 주력 수출품인 D램의 수출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48.3%) 났다.
물론 환율 하락이 수출기업에 별다른 여파를 주지 않은 때도 있었다. 2017년 11월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05원까지 떨어졌지만 국내 반도체 수출은 호황기를 누렸다. 하지만 지금은 글로벌 경기가 하방압력을 받고 있는 데다 반도체 부문 역시 내리막을 타고 있어, 현재의 환율 하락은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저물가 이어질듯··· 4분기 GDP 성장률 타격받나
문제는 저성장과 저물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 하락이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0.7% 하락하며 7월(-0.3%)과 8월(-0.6%)에 이어 석달 연속 감소했다. 특히 9월 생산자물가 하락폭은 2016년 9월(-1.1%) 이후 최대였다. 생산자물가란 국내 생산자가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측정하는 지수다. 최근 생산자물가가 하락세인 것은 내수 부진으로 수요가 줄어든 탓이 크다.
여기에 원화값이 오른 점도 수입 원재료 가격을 떨어뜨려 생산자물가 하락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내수 부진과 원·달러 환율 하락이 이어질 경우 생산자물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저성장과 물가 하락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디플레이션 위기감은 더 커지는 분위기다. 생산자물가는 보통 한달 뒤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준다. 이달 소비자물가 역시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소비자물가는 이미 지난 8월(-0.04%)과 9월(-0.4%) 두달 연속 마이너스를 보인 상태다.
결국 저성장과 저물가 속에서 환율의 급격한 변동이 국내 경제의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4분기 GDP 성장률에 악재로 작용해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2.0%에도 못 미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출렁이는 원·달러 환율에 따라 국내 수출기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대내외 악재와 함께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