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인권센터(소장 임태훈)이 전날(21일) 기자회견을 통해 제기한 주장이 일파만파로 번져 가는 가운데 정말 당시 검찰이 사건을 덮어버렸는지, 덮었다면 누가 최종지시를 내렸는지를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군 인권센터는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석열 검찰총장과 사건을 담당한 노만석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장을 ‘은폐 주범’으로 지목했다.
‘촛불집회를 진압하기 위해 2016년말~2017년초 기무사를 중심으로 한 군이 계엄령을 준비하고 실행 직전까지 갔었다’는 사실은 지난 해 7월 군 인권센터가 관련 문건을 잇따라 공개하면서 처음 공개됐다.
이번에 군 인권센터가 공개한 문건이 계엄령 선포 시기와 준비절차 등 군 통수권자 보고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지난 해 공개된 것은 세세하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담긴 검토보고서 였던 셈이다.
사실이라면, 당시 ‘계엄령 선포계획’은 실행될 가능성이 높았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실행직전까지 갔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군 인권센터에 따르면 이 계획은 3~4차례에 걸쳐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 보고됐고 당연히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 역시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군 인권센터는 검찰이 지난 해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관련 문건까지 확보했는데도 수사를 하지 않았디고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심각한 사안임에 틀림없다.
지난 해 ‘기무사 계엄령 문건 사건’ 수사를 처음 맡은 것은 군 검찰이었다. 당시 국방부는 계엄령 문건 작성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육군 쪽 인력을 배제하고 해·공군을 중심으로 수사단을 꾸렸다. 단장에는 전익수 공군대령이 임명됐다.
이후 민간 검찰이 사건 수사에 참여하게 되면서 민군 합동수사단이 꾸려지게 되는데, 민간 쪽 수사단장을 맡은 것이 노만석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장(현 법무부 감찰관실)이다.
군 인권센터 측은 노 부장검사가 당시 서울중앙지검 소속이었다는 점을 들어 윤석열 검찰총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사건 은폐의 최종 지시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시 수사가 민군합동수사단 체제로 진행됐고, 합수단의 사무실이 서울동부지검에 꾸려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윤 총장의 개입을 단정지을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민간검찰과 군 검찰의 합동수사단 체제였던 만큼 기존 검찰조직과는 별개로 운영됐다는 것이다.
오히려 중앙지검장이던 윤 총장 보다는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2019년 7월 퇴임)의 역할이 더 컸을 가능성도 있다. 별개의 독립수사단이라 해도 검찰총장 보고를 빼먹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반면, 사건은폐가 과연 가능했겠느냐는 반론도 있다.
당시 군 검찰도 수사에 참여했고 수사 대상이 대부분 현역 군인이거나 군 관련 자료인데 검찰 지휘부가 군 검찰까지 통제할 수 있느냐는 점 때문이다. 민간검찰과 군 검찰의 수뇌부 혹은 그 윗선에서 조직적으로 공모를 하지 않았다면 은폐시도 자체가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견해다.
이와 관련해 검찰출신의 한 현직 변호사(사법연수원 20기)는 “문건 내용만 보면 당시 검찰이 황교안 전 총리를 수사를 하지 않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면서도 “고의적으로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단정짓기에는 의문점이 많다”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고의적 은폐가 사실이라면 거대하고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인데...”라고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가로젓기도 했다.
한편 대검찰청은 21일 관련 입장을 묻는 아주경제의 질문에 “(기무사 계엄령 문건 민·군합동수사단은)독립된 수사단으로 구성이 됐기 때문에 검찰의 기존 조직과는 별개로 운영이 됐다”면서 “군 인권센터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