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최근 야당에서 입시제도, 공공기관 채용·승진, 낙하산 인사, 노조의 고용세습, 병역·납세제도 개혁 등 공정과 관련한 다양한 의제를 제시했다"며 "여야정이 마주 앉으면 충분히 성과를 낼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의 가동을 통해 조국 정국 속에서 극한 대립을 이어갔던 야권과의 거리감을 좁히고자 하는 뜻으로도 읽힌다.
문 대통령이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재개를 제안한 만큼 청와대 정무라인을 중심으로 회의 개최 등을 위한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앞서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와의 사전환담 자리는 '조국 파동'과 관련한 야당 지도부의 언급이 이어지면서 어색한 분위기도 연출됐다.
문 대통령은 "워낙 전천후로 비난들을 하셔서, 허허허…"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조국 장관 임명한 그 일로 인해서 국민들의 마음이 굉장히 분노라고 할까, 화가 많이 난 것 같다"며 "이 부분에 관해서는 대통령께서도 직접 국민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시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사실상 직접 사과를 촉구하는 의미로 읽혔다.
문 대통령은 황 대표의 언급을 들으며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으나, 답변하지는 않았다.
이 같은 분위기는 시정연설장에서도 고스란히 재연됐다. 문 대통령이 공정·개혁을 강조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필요성을 역설하자, 한국당 의원은 “그만하세요”라고 말했고, 나경원 원내대표 등 의원들은 손으로 'X'(엑스)자를 만들어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문 대통령이 "정부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한 특권과 반칙, 불공정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국민의 요구는 그보다 훨씬 높았다"고 말하자 한국당에서는 "조국!"을 외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또 문 대통령이 국회 계류 법안 통과 필요성을 말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야당을 우습게 안다", "협치를 해라"고 고성을 내기도 했다.
박수와 야유가 엇갈리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10시 35분 연설을 마치고 한국당 의석을 통해 본회의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