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투자 엑시트(투자회수)와 관련한 인수·합병(M&A)에서도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자산가치보다 비싼 가격에 인수하면 차액에 대해 세금 혜택을 주는 등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성인 한국벤처캐피탈협회(VC협회) 회장은 22일 서울 강남 모처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벤처투자 활성화와 창업생태계 혁신을 위한 입장문을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정 회장은 “M&A는 사적인 영역이고, 대기업에 세제 혜택을 많이 준다는 여론 때문에 보수적으로 생각하는데, 획기적인 세제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며 “기업을 인수하는데 자산가치보다 비싼 가격에 사면 그 이상에 대해서는 개발비처럼 혜택을 줘야 한다.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살 때는 벤처 생태계를 위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8월 기준 신규 벤처 투자액은 2조8000억원으로, 최근에는 월간 3300억원 이상 투자되고 있다. 이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올해 신규 벤처 투자액은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3~4년 동안 매년 벤처 투자 규모가 30% 이상 커지면서 과열 양상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지만, 오히려 “VC 역할이 확장되고 있는 것”이라는 긍정 평가가 많았다.
백여현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는 “과거 VC 투자 범위는 창업 벤처와 IPO 단계까지였지만, 지금 화두는 유니콘 기업 키우기다. 유니콘까지는 아니더라도 (벤처기업을) 중견기업으로 키우는 과정에서 VC가 역할을 하고 있다"며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금액은 작지만, 새로운 역할을 위해서는 투자금이 커야 한다. 전체 투자금 증가는 VC 역할이 커지는 것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벤처투자촉진법의 조속한 제정과 민간 중심 벤처투자 생태계 전환도 촉구했다. 내년 모태펀드 1조원 출자 등 정부 예산이 벤처투자업계에 지속해서 흘러들어가고 있지만, VC가 독립적인 금융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민간 자본과 시장 중심의 벤처투자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혁신 창업생태계의 지속적인 재원 확보를 위한 2020년 정부 예산안을 환영한다"면서도 “언제까지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아야 하나. 고질적 문제인 특정 산업 위주의 경제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벤처업계에서 새로운 산업이 나타나고, 벤처산업이 장기적으로 (경제) 주춧돌이 되기 위해서는 VC를 민간 자율 산업으로 끌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벤처 투자액이 매년 30% 성장하는 동안 심사 인력은 10%만 늘었다. 새로운 산업을 찾고,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민간 경력 인정 등 심사역 경력을 확대 적용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협회가 역할을 충실히 해 경제 전반의 새로운 발전뿐 아니라 벤처산업이 미국, 유럽, 중국을 앞서나가 중흥기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