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걸개그림 ‘노동해방도’ 등 한국미술 조명 450점 전시

2019-10-16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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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주년 기념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 개최

최병수 외 학생·시민·화가 35인이 그린 1700x2100cm 크기의 걸개그림 '노동해방도'(1987)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전시돼 있다. [이한선 기자]

한국 근현대 미술 작가 등의 작품을 대규모로 소개하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50주년을 맞아 한국미술 100년을 조명하는 대규모 기획전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를 개최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969년 10월 20일 개관 이래 국립미술관으로 한국미술의 연구․수집․전시 및 해외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해 왔다. 개관 50년을 맞아 지난 50년 역사를 돌아보고 한국미술과 미술관이 나아갈 미래를 함께 모색해 본다는 취지로 20세기 초부터 현재까지 격동의 한국사와 미술사를 살펴보는 기획전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한국미술 100년을 대표하는 회화, 조각, 설치 등 450여 점의 작품을 시대별 1·2·3부로 구성한다. 1900년부터 1950년대를 다루는 1부는 덕수궁관에서, 1950년대부터 현재를 통사적으로 바라보는 2부는 과천관에서, 동시대 한국 사회의 이슈를 다루는 3부 전시는 서울관에서 각각 진행한다. 지난달 7일 서울 전시 개막에 이어, 덕수궁과 과천은 17일 동시 개막한다.

개관 50주년 기념일인 20일에는 덕수궁, 과천, 서울 3관을 무료 개방한다(청주관은 상시 무료).

‘광장’ 1부(덕수궁관 2019.10.17~2020.2.9.)는 1900~1950년의 시기를 다룬다. 19세기말 개화기에서부터 일제강점기와 해방을 거치면서 ‘의로움’을 지켰던 역사적 인물과 유산을 살펴본다. 역사적 인물들의 유묵에서부터, 망국의 시대에도 정체성을 고민했던 예술가들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의로운 이들의 기록’, ‘예술과 계몽’, ‘민중의 소리’, ‘조선의 마음’ 4가지 주제로 구성해 시대변화에 따라 예술에 관한 다양한 시각과 입장이 공존한 한국 근대사를 조망한다. 채용신, 오세창, 안중식, 김용준, 김환기, 이쾌대 등 작가 80여 명 작품 130여 점과 자료 190여 점을 선보인다.

을사늑약 체결 후 낙향해 우국지사의 초상화를 주로 그린 채용신의 대표작 ‘전우 초상’(1920), 의병 출신 화가의 지조와 절개를 보여주는 김진우의 ‘묵죽도’(1940), 3·1운동 참여 후 수배를 피해 중국을 거쳐 미국에서 유학한 임용련의 ‘십자가’(1929) 등을 선보이고, 이중섭만큼 성품과 화격을 인정받았던 인물이었지만 월북하면서 잊혀진 작가 최재덕의 ‘한강의 포플라 나무’(1940년대)와 ‘원두막’(1946)을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일반에 공개한다.

현채가 저술하고 안중식이 삽화를 그려 애국계몽운동 시기 애용된 아동용 교과서 ‘유년필독’(1907), 3·1운동 이후 창간된 대표적인 문학 동인지 ‘백조’ 창간호(1921), 프롤레타리아 문예운동이 활발하던 시기 당대 문인들이 참여한 ‘신소년’(1930), ‘별나라’(1934) 등 미술 작품뿐 아니라 근대기 신문, 잡지, 문학, 연극, 영화 자료 등 시대상을 보여주는 다양한 매체들을 소개한다.

‘광장’ 2부(과천관 2019.10.17~2020.3.29)는 1950년부터 현재까지 예술이 삶과 함께하는 의미를 모색하는 전시다.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를 한국사회와 광장을 통해 되돌아본다. 전시장은 최인훈의 소설 ‘광장’(1961)에서 빌려 온 ‘검은 해’, ‘한길’, ‘회색 동굴’, ‘시린 불꽃’, ‘푸른 사막’, ‘가뭄 빛 바다’, ‘하얀 새’ 등 총 7개의 주제로 구성한다. 소장품을 중심으로 각 시대별 주요 작품들과 디자인, 공예 및 생활 오브제들이 함께 선보인다. 문학, 음악, 연극 등 분야별 전문가들과 협업한 자료 발굴을 통해 변월룡, 박수근, 이중섭, 이응노, 박서보, 신학철, 서도호, 이불,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등 작가 200여 명의 작품 300여 점과 자료 200여 점을 선보인다.

김환기의 대표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970)와 작품에 영감을 준 달항아리, 청자매병을 선보인다. 동백림사건으로 수감된 윤이상, 이응노가 각각 옥중에서 작곡한 ‘이마주’(1968) 육필 악보와 그림 ‘구성’(1968)을 소개한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1980년대 오윤의 걸개그림 3점도 처음 공개한다. 1980년대 광장의 거리를 재현한 중앙홀에는 최병수 외 학생·시민·화가 35인이 그린 대형 걸개그림 ‘노동해방도’(1989),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1987) 등을 선보여 당시 시위가 진행됐던 공간을 구성했다. 관람객 참여로 완성되는 직조생활의 ‘노란 빛’과 내달 2일 열리는 파트타임스위트의 ‘13평 클럽의 행진댄스’ 퍼포먼스도 진행할 예정이다.

‘광장’ 3부(서울관 2019.9.7~2020.2.9)는 광장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3부 전시는 다원화된 현대 사회에서 광장을 움직인 공동체가 어떻게 변화하고 개인이 맞닥뜨리는 문제와 상황은 어떤 것인지, 어떻게 극복해나갈 수 있을지 살펴보고 전시와 공연, 온라인 공간, 단편소설집 등 미술관 안팎의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이야기를 펼친다. 전시에서는 오형근, 송성진, 함양아, 홍승혜, 에릭 보들레르, 날리니 말라니 등 작가 12명의 작품 23점을 선보인다.

소설가 7명(윤이형, 박솔뫼, 김혜진, 이상우, 김사과, 이장욱, 김초엽)은 전시를 위해 ‘광장’을 주제로 집필한 단편 소설 7편을 묶은 소설집 ‘광장’(워크룸프레스)을 출간했다. 젊은 세대의 모습을 담은 오형근의 초상 사진 신작 7점과 복잡한 현대 사회의 구조와 작동 원리를 조망하는 함양아의 신작 영상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1.0’(2019), ‘주림’(2019)은 처음 공개한다.

내달 13일에는 과천관 대강당에서 문학, 역사, 사회, 미술사 등 분야별 전문가 12명이 참여하는 ‘광장’전과 한국 미술 100년을 조명하는 학술 세미나를 연다. 1900년부터 1950년까지를 다룬 1부 세미나에서는 역사, 문학, 미술 전문가들이 발제를 맡아 ‘역사적 광장’을 주제로 미술과 사회가 주고받은 영향을 살펴본다. 1950년부터 2019년까지를 다룬 2부에서는 ‘사회적 광장’을 주제로 문화연구자, 현대미술 전문가들이 한국 미술의 주요한 장면과 세계 미술 속 한국 미술을 다룬다. 오늘의 미술을 조망하는 3부에서는 미술, 미술관, 사회뿐 아니라 미술관의 미래, 다가올 미래 사회의 변화까지 확장해 전망한다. 참여 신청은 전시 개막일인 17일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50주년을 맞아 기획된 ‘광장’ 전은 20세기 여명부터 현재까지 ‘광장’을 뜨겁게 달군 한국 근현대사와 미술을 조명하는 기념비적인 전시”라며 “이번 전시를 계기로 국내․외 대중과 미술계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술관으로서의 역할과 위상을 확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자세한 정보는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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