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협상이 제자리를 맴돌자 존슨 총리는 기존 브렉시트 합의안의 핵심 쟁점인 '안전장치'(backstop)를 논의하기 위해 10일(현지시간)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와 만나 머리를 맞댔다.
CNN 등에 따르면 이날 양국 정상은 잉글랜드 북부 '손턴 매너 호텔'에서 회담을 진행한 후 예상보다 낙관적인 발언을 내놔 협상에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두 정상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구체적이고 건설적인 논의"였다며 "협상 실마리를 봤다는 데 서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간 국경에서 '하드 보더'(국경 통과 시 통행·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안전장치를 폐기하는 대신, '4년간 두 개의 국경'을 뼈대로 하는 대안을 지난 2일 EU에 제시했다.
2020년 말까지인 브렉시트 전환(이행)기간 종료 후에 북아일랜드가 영국 본토와 함께 EU 관세동맹에서 탈퇴하되, 2025년까지 농식품 및 상품과 관련해서는 EU 단일시장의 규제를 적용받는다는 게 대안의 골자다.
이후 북아일랜드 자치정부와 의회에 거부권을 부여, EU 규제를 계속 적용할지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EU는 북아일랜드는 계속 EU 관세동맹에 남아야 하며, EU 단일시장의 규제를 계속 적용받을지에 대한 거부권을 주는 방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EU는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수정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이미 '최후통첩'을 날렸다. 이처럼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No Deal·합의 없는)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와 EU 행정부 수반 격인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 등은 최근 공개 발언을 통해 "아직 합의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EU 외교관들은 합의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대다수는 존슨 총리가 결국 브렉시트 시한 연장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다.
앞서 영국 의회는 자국 정부가 오는 19일까지 EU와 합의하지 못하면 존슨 총리가 EU에 브렉시트를 내년 1월 31일까지 브렉시트 시한을 3개월 추가 연기해달라고 EU에 요청하도록 하는 내용의 '벤 법안(Ben law)'을 통과시켰다.
노딜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영국의 야당 의원들은 존슨 총리가 오는 19일까지 EU에 브렉시트 연기 요청을 하지 않으면 여왕에게 총리를 해임하고 새로운 총리를 지명하도록 요청하는 '험블 어드레스'(Humble Address·하원이 군주에 보내는 메시지)에도 나설 계획이다.
한편 아일랜드와의 연대를 확인한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협상 시한 전까지 EU 국가 수반들과 잇따라 만나 설득에 나설 전망이다.
오는 13일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 엘리제궁에서 만난다.
EU는 브렉시트 문제의 실질적인 협상 시한을 17∼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까지로 보고 있다. 바르니에 대표와 스티븐 바클레이 영국 브렉시트부 장관도 오는 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동해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