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독일의 거버 하이네만면세점이 지난 8월 말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의 주류·담배 품목 독점 영업권 공개입찰에 참가했다. 선정 업체는 2020년 9월부터 운영을 시작하며 임차기간은 2026년 8월까지 총 6년이다.
40년 만에 생긴 드문 기회다. 1980년부터 창이공항에서 주류·담배 사업을 한 미국계 면세점업체 DFS가 2020년 8월까지만 영업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새 주인을 찾게 됐다.
인천국제공항·홍콩 첵랍콕국제공항과 함께 아시아 3대 공항으로 꼽히는 창이공항은 면세점 입장에서 매력적인 곳이다. 창이공항 주류·담배 면세사업은 연평균 매출이 약 5000억원이다. 지난해 이용객은 6500만명에 달한다. 제4터미널까지 있는 초대형 공항이다.
업계는 창이공항 진짜 가치는 이런 수치만으로 표현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점점 커져가는 동남아 시장을 품고 있다는 큰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거점공항 역할을 하고 있는 인천공항처럼, 창이공항은 싱가포르를 넘어 동남아 지역을 대표하는 거점공항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면세점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제한적으로 국내 여행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보따리상인 ‘따이궁’에 기형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변동성이 큰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로 사업을 넓혀가는 것은 면세점들에 선택이 아닌 필수다.
창이공항 영업권 경쟁에 뛰어든 롯데면세점은 지난 7월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국제공항 출국장에 하노이 공항점을 열었다. 하노이 공항점은 다낭 공항점과 나트랑 깜란 공항점에 이은 롯데면세점의 세 번째 베트남 매장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주류·담배 품목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고, 해외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중”이라며 “창이공항은 동남아 시장 거점기지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입찰 참가 이유를 설명했다.
롯데면세점은 창이공항공사가 발표한 공고를 바탕으로 사업 제안서를 전략적으로 작성했다. 이 관계자는 “창이공항이 온라인 사업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파악했다”면서 “롯데면세점은 온라인 매출이 전체의 30% 정도로, 2019년엔 2조50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압도적인 세계 1위”라고 강조했다.
신라면세점은 해외 시장 경쟁력을 동남아에서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국내 면세점 2018년 매출액은 롯데면세점이 7조5391억원으로 6조7750억원을 기록한 신라면세점보다 높다. 하지만 해외 매출만 보면 신라면세점이 1조1906억원으로 2400억원을 기록한 롯데면세점보다 5배가량 많다.
더구나 창이공항은 신라면세점에 낯설지 않다. 신라면세점은 2014년부터 창이공항 화장품·향수 영업권을 따내 매장을 운영해오고 있다. 주류·담배 영업권까지 따낼 경우 상승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 시장을 넓히는 게 중요하다”면서 "아시아 3대 국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해외 포트폴리오를 더욱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 기존 사업자라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창이공항은 면세점을 갖춘 이래 주류·담배 사업자와 화장품·향수 판매 사업자를 동일한 업체로 선정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사업자로 선정된 뒤에도 넘어야 할 관문은 있다. 과도한 초기 비용으로 인해 손익분기점을 넘어서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면세전문매체 ‘무디다빗 보고서’가 내놓은 창이공항 ‘입점비용평가’에 따르면 사업권을 따면 2800만 싱가포르 달러(약 242억8188만원·예치금)를 납부하고 기본임대료와 추가임대료 등을 추가로 내야 한다. 거래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기업의 구매력인 ‘바잉파워’로 발생하는 매출이 초기 손실을 어느 정도 채워줄지가 변수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맞붙은 창이공항 영업권 경쟁은 연내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업계는 올 연말에는 주류·담배 사업자 발표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