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인적분할로 의견이 분분했던 SK텔레콤은 인적분할이 유력할 전망이다. 분할 후 SK㈜와 합병 시 SK하이닉스의 광폭 행보도 가능케 한다. ‘탈(脫) 통신’을 천명한 만큼 그 맥락과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반면, 물적분할을 주장했던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의 입지는 좁아지는 형국이다.
SK㈜는 지난 1일 7180억원의 대규모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취득예정 주식수는 352만주다. 이로써 총 자사주는 기존 21%에서 26%로 확대된다. SK 측은 이번 자사주 매입 목적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언급했다. 그러나 소각이 아닌 추가 매입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SK그룹 지배구조개편의 핵심은 SK텔레콤이다. 기존에는 SK텔레콤 물적분할로 이동통신(MNO)사업을 분리 후 중간지주사가 되는 방안이 유력했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상장사 30%, 비상장사 50%)이 통과되면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지분(현재 SK텔레콤이 20.1% 보유)을 10% 추가로 확보해야한다. 재원 마련방안으로 MNO사업, ADT캡스, 11번가 등 상장 가능성이 점쳐졌다.
그러나 SK하이닉스 지분 10%를 확보하려면 약 6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이를 충족하기엔 자회사 상장만으로는 무리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물적분할에서 인적분할로 시선이 옮겨진 이유는 SK가 100% 지분을 보유한 SK바이오팜 상장이다. SK바이오팜 가치는 약 6조원 수준으로 점쳐진다. SK텔레콤을 인적분할 후 투자부문을 SK와 합병하면 그룹 차원 SK하이닉스 지분 확보를 위한 자금동원력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인적분할 과정에서 자사주는 최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의결권 강화)에 크게 일조한다. 자사주가 많을수록 신주 발행 억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사주 매입으로 SK 주가가 오르면 SK텔레콤과의 합병비율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다. 소각이 아닌 자사주 매입을 선택한 것도 지배구조개편 가능성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시장에서는 SK텔레콤이 물적분할을 사실상 철회한 이유로 주주가치 훼손을 꼽는다. 지주사로 변모하게 되면 본업 영향이 낮아지는 탓이다. 인적분할은 이러한 부정적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물적분할을 주장했던 인물은 다름 아닌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다.
한편, 지난 9월 초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텔레콤 월간보고 자리에서 “SK텔레콤에서 ‘텔레콤’이라는 단어가 빠져야 한다”며 “이동통신사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하루빨리 데이터와 AI사업 중심으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 인적분할은 SK텔레콤 투자회사와 SK의 합병은 물론 SK텔레콤 사업회사는 자체 사업에 몰두할 수 있게 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과거 SKC&C와 SK의 합병 전에도 SK는 자사주를 대거 사들였다”며 “합병 후 소각으로 최태원 회장의 지분율도 높아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주주 환심을 어떻게 사는지 여부가 다를 뿐, 이번 지배구조개편 과정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