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2일 서울 종로구 서린사옥에서 설명회를 열고 사회적 문제 해결이 곧 사업이 되는 사회적 가치 창출에 자사 협력사, 포스코 등이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동수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 추진 담당은 “(SK와 포스코) 양사가 생각하는 사회적 가치가 유사하다”며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구체적 방안은 정리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최태원 SK 회장과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8월 중순 만나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했다. 당초 양사는 액화천연가스(LNG)와 석유개발사업 등을 직간접 협력하고 있어 이차전지 소재 협력 가능성이 거론됐다. 이날 SK는 사회적 가치 측정을 포함해 작은 단위로 실천할 수 있는 협력 방안을 정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의 공감을 끌어낸 SK 사회적 가치는 사회문제 해결을 기업의 수익으로 만드는 선순환 경영이다. 손익계산서상 비용이 아닌 시장 창출과 성장 동력이라는 점에서 여론을 방어적으로 관리하는 사회공헌과 다르다.
SK ESG(환경·사회·지배구조)등급은 2017~2018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으로부터 A+를 받았다. 지난해 ESG 우수기업 대상에도 SK가 이름을 올렸다. 사회적 가치를 이윤과 같은 뿌리에서 거두려는 경영 철학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저서 ‘위험사회’에서 예측 불가능한 위험이 점차 늘어나 사회가 만성적인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분업과 이해관계가 날로 복잡해진 사회에서 정부의 역할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과거 문자 보급과 교통 같은 사회적 문제는 더딘 기술 발전을 기다리다 수동적으로 해결되곤 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잠재적 소비자 또는 기업과 관련 없는 사람들도 정보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문제 해결이 곧 수익이 되는 시대다.
이와 관련 SK는 소비에 가치가 부여되는 전지구적 경향에 주목했다. 기업의 생존 조건이 주주 이익 배당에서 가치 있는 기업의 이익 배당으로 바뀌었다는 판단이다.
현재 SK텔레콤은 서울 6개구와 경기 화성시, 대전 서구 독거노인 2100여명에게 음성인식 AI 스피커 ‘누구(NUGU)’를 보급하고 있다. 지자체는 신규 일자리 인건비를 지원하고 사회적 기업 ‘행복한 에코폰’은 스피커 설치와 센터 운영, 데이터 분석과 보고를 한다. SK텔레콤은 센터구축과 기술, 데이터 분석 역량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정부는 노인 복지에 유의미한 통계를 얻었다. 4~5월 5개 지자체 노인의 스피커 사용 패턴 분석 결과 ‘심심해’ ‘너는 기분이 어떠니’ 등 감성 대화 사용 비중이 13.5%로 일반인(4.1%)보다 훨씬 높았다. 긴급 호출 기능으로 목숨을 구한 사례도 3건 나왔다. 이번 서비스는 독거 노인을 위한 법과 제도 논의를 끌어내 향후 AI 스피커시장에도 선순환을 일으킬 전망이다.
SK하이닉스도 7월 협력사들과 에코 얼라이언스를 구축하고 물 사용 공정을 바꿔 하루 폐수 7만9000t을 줄였다. 액수로는 연간 540억원을 절감했다.
지난해 SK 사회적 가치는 ▲경제간접 기여성과(기업활동을 통한 국내 경제 간접 기여) 7734억원 ▲비즈니스 사회성과(제품의 개발·생산, 판매를 통한 가치) 550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74억원 규모였다.
SK는 유니레버와 월마트, 엡손 등을 대표적 사회적 가치 추구 사례로 꼽았다. 유니레버는 옷에 뿌려 세탁 효과를 내는 제품으로 물 사용을 줄이고, 월마트는 협력사들과 이산화탄소 1기가t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엡손은 재생지 만드는 세절기 개발에 성공했다.
정현천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 추진팀장은 “(임직원들이) 아직 많이 어려워하고 있다”면서도 “당위성을 인식하는 단계까지 왔다. 오늘 제가 입고 온 캐주얼 정장처럼 아직 어정쩡하지만 잘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SK 계열사들은 엘리베이터 안 쓰기, 일회용컵 사용 안 하기 등 실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SK는 해외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가치 측정과 회계 반영을 고민하고 있다. 아직 SK는 손익계산서상 사회적 가치 공표 방식을 정하지 못했다.
SK는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간 배터리 소송 처럼 기존 경쟁 방식을 유지하는 한편으로 사회적 가치 경쟁・협력도 조화시켜야 한다. 국내 대기업 간 사회적 가치 연대를 보여주려면 ‘포스코 이후’가 필요하다.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지우려면 10년 뒤를 내다보는 긴 호흡과 작지만 지속적인 실천,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협력사에 대한 요구가 의도치 않은 갑질 논란을 부를 수 있다. 정현천 팀장은 “강압이 아닌 소통을 하면서 궁극적인 방향(사회적 가치 창출)으로 이해 상충을 피해야 한다”며 “(이해상충을 우려해) 아무것도 안 할수는 없으니 을에 대한 요구가 아닌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