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일단 겉으로는 움츠러든 모습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전직 검찰관계자들을 동원해 여론의 반전을 시도하며 활로 찾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위직을 역임한 전직 검사들이 언론에 전면에 나서서 ‘조국 장관에 대한 수사는 과도한 것이 아니다’라고 적극 해명에 나서는가 하면 전직 검사들이 개별적으로 언론과 접촉면을 크게 늘리며 적극적으로 검찰의 입장을 설명하는 등 물밑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마지막 중수부장’으로 알려진 김경수 전 고검장은 하루 전날인 9월30일 모 TV방송에 출연해 검찰개혁과 최근 검찰수사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검찰이 반성해야 할 점이 있다면서도 현재 진행되는 수사는 정당하다는 주장을 폈다.
‘검찰의 구원투수’라 불리기도 했던 윤갑근 전 고검장도 같은 날 다른 라디오 방송의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검찰의 입장을 강력히 옹호했다. 그는 “증거인멸을 방관하라는 말이냐”며 조국 장관 자택에 대한 11시간 압수수색이 정당했다고 항변했다.
전·현직을 막론하고 고위직 검사들이 스튜디오에 직접 나와 검찰의 입장을 설명하거나 비판적 여론에 대해 직접반박을 하는 것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뿐 실제로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체로 걸려오는 전화에 응대하는 방식으로 언론과 접촉을 하고, 그 경우에도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검찰청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여는 경우에도 검사장급 이상이 나서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주로 공보관을 겸하고 있는 차장검사가 기자회견이나 브리핑을 맡는다. 검사장급이 직접 나선 것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당시 이인규 중수부장, 용산참사 수사결과 당시 정병두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검사장급) 정도가 유이하다
김 전 고검장과 윤 전 고검장 역시 이름 높은 특수통 ‘칼잡이’ 출신으로 대변인과 차장검사 등 공보라인을 경험했기 때문에 언론과 친밀한 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스튜디오에 나와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현직 고검장·검사장 시절은 물론 공보담당이던 차장검사(혹은 대변인)이었을 때에도 공식적인 발표장면으로만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는 정도였다.
그런 점에도 전직 고검장 두 사람이 같은 날 나란히 TV와 라디오 프로그램에 각각 직접 출연해 검찰의 입장을 옹호하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공교롭게도 이 시점을 전후해 기자들을 찾는 전직 검찰관계자들의 전화도 부쩍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따로 물은 것도 아닌데도 검찰의 입장을 옹호하거나 ‘윤석열 검찰총장을 이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운신의 폭에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는 현직들 대신 ‘올드보이’들이 나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한편, 1일로 예상됐던 정경심 교수의 검찰소환은 일단 뒤로 미뤄졌다. 여전히 이번 주내 소환 가능성이 높다는 저낭이 지배적이지만 조 장관 5촌 조카의 구속기간 만료가 3일이어서 늦어도 1일에는 정 교수를 소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검찰은 정 교수의 정확한 소환날짜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당초 공개소환하겠다는 계획에서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정 교수를 날짜에 맞춰 소환하지 못한 것은 증거확보 등 수사가 미진하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검찰이 흘린 것처럼 혐의가 명백한 상황이라면 더 이상 소환을 미룰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정 교수가 소환에 불응해 검찰이 최후통첩을 했다'라는 검찰발(發) 보도까지 나간 상황에서 소환을 미룬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비교적 증거가 확보된 것으로 알려진 '동양대 표창장 위조혐의'의 경우 이미 기소를 해버렸기 때문에 그 사안으로는 소환을 할 수 없다는 점도 검찰소환이 예상을 빗나가고 있는 이유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