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소리(VOA)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김 대사는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제74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을 통해 "조미공동성명이 채택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조미 관계에 거의 진전이 없고 한반도 내 긴장이 고조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며 "미국이 대북 적대 정책에 따라 정치·군사적 도발 행위들을 일삼고 있는 데 기인한다"고 비판했다.
김 대사가 언급한 군사적 도발 행위는 한미 공동 군사훈련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대해 "외국군에 의존하는 정책을 끝내야만 남북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한 점만 봐도 그렇다.
그러면서 "조미협상이 기회의 창이 될지, 아니면 위기를 재촉하는 계기가 될지는 미국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둘러싼 북미 간 막판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협상 재개의 공을 미국에 넘긴 것이다.
다만 김 대사가 미국과 한국,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까지 두루 비판하면서도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협상 재개 분위기를 방해하지 않으려는 뜻이 담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김 대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다. '비핵화'를 직접 언급하지도 않았다.
북·미 지도자 간 '톱다운' 외교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북한 측의 속내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사는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 대신 새로운 계산법을 갖고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 내용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우리는 미국이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계산법을 가질 충분한 시간을 가졌으리라 보고 미국 측과 마주 앉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를 표시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리용호 외무상을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 참석시켰다. 통상 국가정상급 또는 외교장관급이 서는 유엔총회 연단에 김 대사와 같은 대사급을 내세운 것은 이례적이다. 연설 시간도 9분 남짓으로 작년(15분)보다 크게 줄었다. 외신들은 북한이 가급적 간결한 메시지를 던졌다며 북·미 실무협상이 조만간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기류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