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와 기술 우위를 두고 거침없는 설전을 벌이는가 하면, 소송도 불사하며 사업 영역 지키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인화(人和)경영'을 앞세워 화합과 상생을 강조하던 과거와 달리 '전면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구광모 회장도 그룹 및 계열사 사장단에 "몇 년이 우리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며 "근본적이고 새로운 변화를 위해 몸소 '주체'가 돼 실행 속도를 한 차원 높여달라"고 주문하는 등 전 사업 영역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재계에서는 LG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국내외 안 가린다···'기술 지키기' 사활
LG전자의 도어 제빙 특허는 냉동실 내부에 위치하던 제빙기와 얼음통, 얼음을 옮기는 모터 등 관련 부품을 냉동실 도어에 배치할 수 있게 한 기술이다.
LG전자는 코치그룹 내 가전사업을 대표하는 아르첼릭과 최근까지 수차례 특허 협상을 이어왔으나 이렇다 할 진전이 없자 3개사 모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초강수'를 뒀다. 특히 소송을 제기한 업체 중 그룬디히는 자회사인 LG디스플레이의 주요 고객사라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앞서 또 다른 계열사인 LG화학은 지난 4월 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배터리 관련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5월 국내에서도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SK이노베이션을 고소했다.
LG전자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막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기술 경쟁력을 달성해온 만큼, 특허 침해 등에 대해서는 국내외 관계없이 지속적이고 강력하게 대응하겠단 방침이다.
◆ 삼성과 'TV 전쟁' 필승 의지
최근 불거진 삼성전자와의 'TV 전쟁'에서도 한 치도 물러나지 않고 있다. 이날 LG전자는 8K TV 전 모델에 '유튜브 8K 영상재생' 기능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별도장치인 '업그레이더'를 연내 무상으로 공급한다는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LG전자의 8K TV가 8K 영상이 담긴 USB를 꽂아도 영상재생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지적한 데 대해 반박에 나선 셈이다.
LG전자는 "경쟁사가 해상도와 무관한 이슈를 제기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자사 제품에 대해 불신을 갖게 할 뿐 아니라, 해상도라는 논의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경쟁사의 주장과 달리 자사 제품은 8K 영상재생(코덱)이 가능하다는 점을 소비자들에게 정확히 전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양사는 이달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IFA 2019'에서 한 차례 기싸움을 벌인 데 이어, 지난 17일에는 국내에서 나란히 기술 설명회를 열고 타사의 기술을 공격했다. LG전자는 당시 제기된 삼성전자의 지적에 대해 약 일주일 만에 '답변'을 내놓음으로써 '화질 논란'에만 집중하자고 반격한 것이다.
LG전자는 설전에만 그치지 않고, 지난 19일에는 삼성전자 퀀텀닷(QLED) TV 광고를 '허위·과장'이라고 주장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LG그룹의 판단이 신속, 과감해지고 있다"며 "최근 대내외 경제가 어렵고, TV·배터리 등 LG의 주력 분야의 경쟁이 심화하는 만큼, 주도권을 한번 놓치면 다시 되찾기 어렵다는 구 회장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