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예맨 후티 반군이 아람코의 최대 석유시설 두 곳에 드론 공격을 가하면서 하루 570만 배럴 규모의 원유 생산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추산됐다. 사우디 전체 산유량의 약 절반,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5~6%에 해당하는 양이다.
사우디는 피해 시설의 신속한 복구에 나서는 동시에 원유재고를 풀고 다른 석유시설을 가동해 공급 차질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안에 정통한 사우디 관계자를 인용해 사우디가 16일 중에 하루 200만 배럴의 생산량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피해 생산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양이다.
그러나 피해 시설이 완전히 복구되기까지는 몇 주가 걸릴 것으로 보여 시장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사우디의 한 관계자는 만약 복구가 몇 주 이상 계속되면 아람코가 일부 국제 물량에 대한 계약을 이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힐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16일 아시아시장에서 국제유가는 거래 시작과 동시에 10% 넘게 급등하며 극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시간 16일 오전 8시 현재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이 11% 넘게 뛰며 배럴당 61달러를 돌파했다. 국제 기준물인 브렌트유 선물도 13% 넘게 치솟은 배럴당 68.35달러에 거래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격이 단기적으로 실질적인 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세계 최대 원유 공급국가 사우디의 주요 시설이 공격에 노출됐다는 점에서 '리스크 프리미엄'에 따른 유가의 상승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과잉으로 그동안 간과됐던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유가에 '웃돈'처럼 반영될 수 있다는 얘기다.
RBC캐피털마켓의 마이클 트란 전략가는 로이터를 통해 "이날 유가 급등은 시장의 자동반사에 가깝다"며 "하지만 생산시설이 신속하게 정상화하더라도 전 세계 생산량 중 6%가 언제라도 공급 중단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은 시장에서 더 이상 '가설'로 취급될 수 없는 위험요인"라고 설명했다.
만약 사우디가 피해 시설의 신속한 회복에 실패할 경우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오닉스커머디티스 그레그 뉴먼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전망했다.
크리스티아 말렉 JP모건 애널리스트는 "시장의 관심이 거시경제적 비관론에서 벗어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이동하면서 향후 3~6개월에 걸쳐 유가가 배럴당 80~9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봤다.
WSJ는 국제유가의 지속적인 급등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이미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는 세계 경제에 또 하나의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