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석유생산 시설 피폭에...미국 vs 이란 갈등격화

2019-09-15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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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대리전 양상 속 '사우디연합군'과 '예멘반군'의 지속 대립

아람코 최대 탈황시설 피해....원유생산 차질불가피 "570만 배럴 생산중단"

사우디 "수 주간 비축량 확보했다" 미국 "전략비축분 통해 지원 나설 것"

14일 오전, 예멘 반군의 공격을 받은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탈황시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석유시설과 유전이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화재에 휩싸였다. 그간 일부 유전지대 및 석유생산 시설이 무인기의 공격을 받은 경우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공격에 석유생산시설이 대대적 피해를 입은 것은 처음이다. 예멘 후티 반군은 피해 소식이 알려지자 즉각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히며 사우디 정부와 미국 등 서구권을 겨냥했다.

14일(현지시간) BBC등 주요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께 드론 여러 대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주요 시설을 공격해 불이 났다. 사우디 정부는 동부 해안 부근의 아브카이크 탈황 석유시설과 쿠라이스 유전 등 2곳에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소식이 알려지자 예멘 후티 반군은 이날 사우디 석유 시설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후티 반군은 이날 알마시라TV를 통해 “사우디의 불법 침략에 대응해 석유 시설 2곳을 드론 10대로 공격하는 데 성공했다"며 “사우디 내부에서 후티 반군이 수행한 작전 중 가장 큰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격은 사우디 내부에 있는 사람들의 협조로 진행됐다"며 ”사우디에 대한 공격을 점차 확대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즉각 이란을 비난하고 나섰다. 미국 백악관은 이번 사태에 배후에 이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이란은 전 세계 에너지 공급에 대한 전례없는 공격을 시작했다”며 “미국은 동맹국들과 협력해 이란의 침략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후원으로 사우디가 주도하는 연합군은 예멘 정부를 지원하며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을 계속해 왔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1일에도 연합군이 후티반군이 운영하는 수용소를 공습한 가운데 공습으로 인한 사망자가 최종 135명으로 늘어났다고 전한 바 있다. 연합군에 대항하는 후티 반군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티 반군도 지난 5월 14일, 아람코의 유전 시설을 공격해 화재를 일으켰다고 주장한 바 있다. 6월에는 사우디 아브하 공항을 후티 반군이 공격해 민간인 수 명이 부상하기도 했다.

주요 외신들은 예멘 반군의 이번 공격으로 특히 아브카이크의 탈황시설이 크게 손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이 시설은 사우디에서 생산된 원유의 대부분이 거치는 곳으로 아람코가 소유한 시설 중 규모면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사우디의 하루 원유생산량이 약 980만 배럴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화재로 하루 570만 배럴의 석유 생산이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는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의 약 5%에 해당한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CNBC는 에너지 상품 전문가들을 인용해 “아람코에 대한 이번 공격으로 유가가 배럴당 5~10달러 상승할 수 있다”며 “세계원유시장 거래가 재개되는 16일부터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우디 정부는 이날 국영방송을 통해 원유, 석유제품 수출은 중단되지 않았고 생산 중단은 한시적일 것이며 신속하게 복구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국영방송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현재 수 주간의 원유 재고량을 비축하고 있다.

미국 또한 이번 사태와 관련한 즉각적인 조처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의 무인 항공기 공격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고 석유에 대한 혼란을 상쇄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전략석유비축분(SPRO)의 자원을 배치 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사우디의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현재 시장에는 충분한 물량이 공급되고 있다. 필요한 경우 각국과 협력해 가능한 모든 옵션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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