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통계청의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1(2015년=100 기준)로 지난해 같은 달(104.85) 대비 0.0% 상승률에 그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가장 낮은 0.0%로, 세부적으로는 -0.038%로 내려앉았다. 마이너스 물가지수는 사실상 처음이다.
정부는 지난해 기상 악화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했지만, 올해는 농산물 가격이 낮아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설명했다. 석유류는 유류세 인하 효과와 함께 지난해 대비 국제유가 하락 효과에 따라 하락폭이 확대됐다는 해명도 뒤따랐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해명과 달리, 경기 침체기 문턱에 놓인 경제 상황 탓에 국민의 구매력이 낮아졌다는 분석에 오히려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의 소비로 이어져야 할 소득이 위축된 게 물가 하방 압력을 키운 것으로 지적됐다.
고소득층 역시 돈 쓰기를 꺼린다. 부자증세로 알려진 소득세 최고세율의 경우, 지난해 42%에 달할 정도였다. OECD 전체 가입국 35개국 가운데 14위 수준으로, 평균 최고세율 35.7%보다 6.3% 포인트나 높다. 지난해 상속·증여세 징수액 역시 7조4000억원으로 전년 6조8000억원 대비 8.8% 늘었다.
월 468만원 버는 고소득자(251만명)의 경우, 기준소득월액 상한액 인상 영향을 받아 부담이 커진다. 사회보험 부담 역시 소비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손꼽힌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소득층은 소득이 줄고 고소득층은 내야 할 돈이 늘어나 소비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꼭 필요한 생필품은 구매하지만, 사지 않는 물품이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물가 하락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