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스페셜 칼럼] 세계무역분쟁 수출 다변화가 답이다

2019-09-0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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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공기의 소중함이 무색해지듯, 미세먼지의 두려움이 익숙해지듯 아무리 긍정적인 것이든 아무리 부정적인 것이든 오래 지속되면 존재감을 잊는 법이다. 2018년 본격화된 미·중 무역전쟁은 마치 핵폭탄처럼 떨어져 세계경제를 불안에 떨게 만들었지만, 이젠 무역전쟁의 지속은 불확실성(uncertainty)이 아닌 확실성(certainty)이 되어 버렸다. 경제주체들은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확실히’ 믿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중 무역전쟁은 세계경제의 가장 영향력 있는 리스크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는 일은 ‘확실히’ 중요하다.

미·중 무역전쟁의 격화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관세 이외의 다른 무기를 동원해 싸움을 이어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트위터를 통해 “WTO 개도국이 불공평한 이득을 얻고 있다”며 미 무역대표부(USTR)에 향후 90일 내 세계무역기구(WTO) 개도국 기준을 바꿔 개도국 지위를 넘어선 국가가 특혜를 누리지 못하게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OECD 가입국 △G20 회원국 △세계은행 분류 기준의 고소득국가 △세계 상품무역 비중 0.5% 이상 이라는 기준에 어느 하나라도 부합하는 국가는 WTO 개도국에 포함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을 겨냥해 개도국 혜택을 제외시켜야 한다는 조치이지만, 한국은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 되었다. 한국은 위 4가지 기준에 모두 부합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1995년 WTO에 가입할 당시 농업 부문에 있어서는 개도국임을 선언했고, 지금까지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농업 외 분야에서는 개도국의 지위를 활용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무역학 이론 중에 ‘유치산업보호론(Infant Industry Argument)’이라고 있다. 어린아이와 같은 유치한(infant) 산업에 있어서 자유무역논리를 적용하면, 산업이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없기 때문에 관세 등의 보호무역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현재 한국은 쌀, 고추, 마늘, 양파, 감귤, 인삼, 감자와 일부 민감 유제품 등을 특별품목으로 지정해 높은 관세를 적용하고 있어 자유무역체제에서도 ‘마음 놓고 농사지을 수’ 있는 상황이다. 수입쌀의 경우 513%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관세를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고, 향후 국내 농산업에 상당한 구조조정이 야기될 수 있겠다는 우려가 든다.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강행했다. 그동안 미국은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중국의 수입품에 대해 장벽을 쳐왔지만,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조정해 그 장벽을 상쇄시켜 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의 공격에 당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대두(콩) 등과 같은 미국 농산물 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해 맞불을 지폈다. 이미 선적해서 수송 중에 있는 농산물에 대해 수입제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유통기간 등을 고려했을 때 미국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폭탄을 맞은 듯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2019년 9월 들어서는 양국이 기존의 추가관세 폭을 상향조정하거나 새로운 수입품목에 대해 추가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무역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향후 미·중 무역분쟁 시나리오

양국은 협상의 끈은 절대 놓지 않으면서, 더 센 공격들을 준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은 계속될 것이다. 취소되지 않았다”고 말했고,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평등과 상호 존중의 바탕 위에서 문제 해결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협상기조는 유지한 채, 더욱 폭넓고 강력한 공격들을 선포하고 있다. 2019년 12월부터 중국은 그간 관세 면제 대상이었던 미국의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해 5~25%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미국도 그동안 관세 유예대상이었던 소비재 품목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휴대전화, 컴퓨터 모니터, 노트북, 비디오게임 콘솔, 장난감, 신발, 의류 등에 걸친 중국의 소비재 수출을 막겠다는 것이다.

향후 서로간에 타협점을 찾을 수 없는 요청과 거부가 반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헤비급 선수가 으름장은 놓지만, 서로가 폭발할 것을 두려워하는 모습과 같다. 두 스트롱맨(strong man)들은 정치적으로 자국 내에서 지지를 받기 위해 상대국에 대한 강경한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무역전쟁의 충격이 양국에 모두 크게 작용하는 과정에서 협상의 끈은 놓지도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주요 경제기관들은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제하에 2020년 경제를 전망하고 있고, 이 소재는 이미 주식시장과 자본시장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라는 확실성(certainty known as uncertainty)’이 세계경제에 드리워진 것이다.

고래싸움에도 흔들리지 않기 위한 준비

중장기적으로는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출 대상국을 다변화하려는 노력이 추진되어야 하겠다. 한국의 수출구조는 지극히 미국과 중국에 의존적이다. 2018년 기준으로 전체 수출의 중국 의존도가 26.8%에 달하고, 미국 의존도가 12.0%에 달한다. 더욱이, 한국의 대중수출은 중간재와 자본재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소비재(완제품)를 수입하지 않겠다는 방향성은 고스란히 한국의 중국 수출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도, 베트남, 필리핀 등 부상하는 유망 신흥국들이 있다. 신시장을 개척하고, 수출활로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자료=한국무역협회]

불확실성을 확실성으로 만들어야 한다.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되거나 격화되는 등의 오락가락하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움직임은 금융시장에도 공포감과 안도감을 교차하게 만들 것이다. 특히 2020년 재선을 앞에 둔 트럼프 대통령의 움직임은 누구도 가늠할 수 없고, ‘트럼프 포비아(Trump phobia)’가 세계경제를 교착상태에 만들 것으로 보인다. 불안한 심리는 투자자들을 더욱 안전한 자산으로 이끌고, 불안감이 급진적으로 완화되면서 반대방향으로 금융시장을 출렁이게 만들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의 경과를 이해하고, 환율, 금리, 외환수급, 국내외 증시 등의 움직임을 예측하면서 준비된 의사결정을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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