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人] 김기남 부회장의 과제, 삼성전자 반도체 불황 파고 넘어라

2019-09-04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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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중국 '반도체 굴기' 효과적 대응전략 마련 필요

김김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삼성전자 제공]


[데일리동방] 삼성전자가 5세대(5G) 이동통신을 지원하는 ‘5G 통신 모뎀’과 고성능 ‘모바일 AP(Application Processor)’를 하나로 통합한 5G 모바일 프로세서 ‘엑시노스(Extnos) 980’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연내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엑시노스 980'은 삼성전자가 선보이는 첫 번째 '5G 통합 SoC(System on Chip) 제품'이다. 각각의 기능을 하는 두 개의 칩을 하나로 구현함으로써 전력 효율을 높이고 부품이 차지하는 면적을 줄여 모바일 기기의 설계 편의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 '엑시노스 980'은 첨단 8나노 핀펫(FinFET) 공정을 적용한 제품으로, 하나의 칩으로 2G부터 5G까지 폭넓은 이동통신 규격을 지원하며, 고성능 NPU(신경망처리장치)도 내장되어 인공지능 성능이 강화됐다.

이번 엑시노스 개발 성공에는 김기남(61)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 공로가 컸다. 김 부회장은 삼성전자 실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등 부품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반도체 전문가로 삼성의 반도체 성공 신화와 불과분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김기남 부회장은 강원도 강릉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자공학 석사,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UCLA) 대학원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 부회장은 1981년 삼성전자에 입사 후 종합기술원장·메모리사업부장·시스템 LSI사업부장 등 요직을 역임했다. 김 부회장은 최연소 이사대우 승진, 최연소 사장단 합류 등 고속 승진 기록을 세우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가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DS부문장으로 선임된 후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반도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2년 연속 글로벌 1위 달성을 견인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삼성의 ‘60세 퇴진룰’을 이겨내고 대표이사 사장에서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매일 아침 6시30분 전에 출근하고 밤 9~10시 퇴근을 반복할 정도로 성실의 아이콘으로 통했다. 그러나 강성의 인물인 데다 소신도 강해 윗선과 충돌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핵심인재였음에도 한때 삼성종합기술원 등 외곽으로 돌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30년 이상을 반도체 기술 개발에 매진해오며 논문 476편, 특허 366건을 냈다. 이 업적은 고스란히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부문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D램은 1992년부터 25년간, 낸드플래시는 2002년부터 15년간 부동의 세계 1위를 유지해 오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세계 최초로 10나노 핀펫 공정과 기반 SoC 양산에도 성공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김 부회장은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FMS 평생공로상(Flash Memory Summit Lifetime Achievement Award, 2016년)과 아이멕 평생혁신상(Imec Lifetime of Innovation Award, 2017년) 등을 수상하며 한국 반도체 위상을 드높였다.

특히 아이멕 수상은 대만의 국가적 영웅으로 칭송받는 모리스 창(Morris Chang) 박사(2015년)와 ‘무어의 법칙’으로 널리 알려진 인텔 창업자 고든 무어(Gordon Moore) 박사(2016년)에 이은 것으로 연구자로서의 그의 역량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올 7월에도 세계적인 연구개발 업적을 세우거나 기술혁신을 통해 국가발전에 크게 기여한 자에게 수여하는 '2019년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에서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김 부회장은 반도체 전문가로서만이 아니라 경영능력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지난 2017년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수감으로 삼성전자 조직 개편과 인사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 부회장은 시스템반도체사업부를 설계사업을 담당하는 시스템LSI사업부와 위탁생산을 전담하는 파운드리사업부로 분리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는 반도체사업에서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그의 결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시스템반도체 설계 기술력이 인텔과 퀄컴 등 주요 경쟁사들과 비교해 뒤처지고 위탁생산사업을 시스템반도체 개발부서와 같은 사업부에 둬 고객사들이 기술 유출을 우려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하지만 김기남이 주도한 대규모 조직개편으로 각 사업부가 독자적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이런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지난해에는 미중 무역전쟁, 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변, 국내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선전해 ‘2018년을 빛낸 CEO’에 오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김 부회장은 의사결정 속도가 빠르며 업무처리가 꼼꼼하고 칼 같이 정확하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은 역대 최고 호황기를 맞아 급성장했지만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거세지고 있어 효과적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더불어 올해 임원 인사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란 관측도 있어 지난해 ‘60세 퇴진룰’에 속앓이 경험이 있는 김 부회장이 내년에도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는 물론 장담할 수 없다.

지난해 인사는 이재용 부회장이 집행유예를 받아 경영복귀 후 단행한 첫 인사였다. 변화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둘 수밖에 없었다. 이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원심과 같은 결과로 이어졌다면 확실한 경영복귀가 가능했고 다른 기류의 임원 인사를 보여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삼성이 기대했던 결과는 나오지 않았고 최종 결과를 받기까지 적어도 1년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 부회장 문제 외에 사업 불확실성도 커졌다. 단순 실적만 봐도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개별기준 영업이익이 6조6941억원으로 전년 동기 22조2505억원 대비 70%가량 줄었다. '슈퍼사이클'을 이어왔던 반도체 사업이 무너진 탓이다.

업계는 김 부회장에게 마지막이 될지 모를 올해 업황 불황을 이겨내고 다시 한번 삼성전자를 반등시킬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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