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한 이가영이 ‘루킹 돌풍’에 가세했다.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 한화 클래식(총상금 14억원) 둘째 날 선두권에 등장해 생애 첫 우승을 노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가영은 30일 강원도 춘천 제이드팰리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2개로 2언더파 70타를 쳐 중간합계 5언더파 139타를 기록했다. 오전 조로 경기를 먼저 끝낸 이가영은 선두권에 이름을 올렸다.
2015년부터 3년 동안 태극마크를 달았던 이가영은 주목받는 유망주였다. 올 시즌 4승을 수확하며 ‘대세’로 자리매김한 최혜진과 아마추어 시절 라이벌로 꼽히던 선수였다. 또 올해 ‘루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조아연, 임희정과 주니어 시절부터 치열한 경쟁을 벌인 사이로 루키 시즌을 함께 치르고 있다. 지난해 드림투어(2부)에서 2승을 따내 상금랭킹 3위로 정규투어 시드권을 얻었다.
올 시즌 두각을 나타내던 신인들에 한 발 밀려 있던 이가영이 메이저 대회에서 ‘루키 돌풍’에 합류했다. 대회 이틀 내내 선두권을 달리며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알리고 있다. 이날 경기를 마친 이가영은 “안전하게 플레이를 하려고 했는데 생각대로 풀려서 버디 기회도 많았고, 스코어도 줄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가영은 아마추어 시절 경쟁하던 선수들의 우승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는 “자극이라기보다는 부러운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은 뒤 “‘나는 아직 때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고 좋은 때를 기다리고 있다. 신인상 포인트도 확인하지 않는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이가영이 올 시즌 기대에 못 미친 이유는 성격 탓도 있다. 그는 “소심한 성격에 긴장을 좀 많이 하는 편인데, 시즌 초반에는 긴장감 때문에 내 플레이를 잘 못한 것 같다”며 “기술적으로도 아직 부족한 면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가영은 대회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여유를 찾기 시작했다. 이번 대회도 마찬가지다. 그는 “마음을 많이 내려놓으면서 자신감도 생기는 것 같다”며 “파 세이브 위기가 왔을 때 ‘좀 잃으면 어때’ 이런 마음으로 더 자신 있게 친 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긴장감 대신 자신감을 얻기 위해 연습량을 늘리는 방법을 택했다.
이가영은 “시즌 시작할 때 신인이니까 신인왕이 되고 싶었고, 상금 순위도 30위 안에 드는 것이 목표였다”면서 “남은 기간 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이어 그는 “아직 우승 욕심은 없고 내 플레이에만 집중하려고 한다”며 “공격적으로 하면 실수가 많이 나와 최대한 안전하게 플레이하면서 실수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회 첫날 기상악화로 잔여경기를 치른 둘째 날에도 안개 때문에 시작이 늦어져 이틀 연속 대회 진행에 차질을 빚었다. 허윤경과 이승연, 박주영이 나란히 3언더파 141타로 2라운드까지 마쳤고, 지난주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서 루키 우승을 차지한 임희정은 2타를 잃어 1언더파 143타를 기록했다. 최혜진과 장하나는 나란히 이븐파 144타로 무빙데이에 나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