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는 내년도 예산·기금안 총지출 규모가 15조2990억원으로, 올해 14조6596억원보다 6394억원(4.4%) 증가했다고 29일 밝혔다.
농식품부 예산이 15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산업 중심'에서 '사람을 함께 배려'하는 재정 운용으로 농업·농촌의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고, 농식품 산업의 혁신성장을 견인하고자 한다"며 "사람 중심의 농정개혁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자 공익형 직불제로 개편하겠다"고 설명했다.
쌀 직불제란 생산 상황에 따라 오르내리는 수매 가격과 쌀 목표가격 간 차이의 일부를 농가에 보전해주는 제도다.
산지 쌀값이나 벼 재배 여부와 관계없이 지급되는 고정직불금, 목표가격과 수확기 산지 쌀값 차액의 85%에서 고정직불금 평균 단가를 빼고 남은 금액을 주는 변동직불금으로 이뤄진다.
쌀 직불제는 그동안 쌀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에도 농가 수익을 안정적으로 보전해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쌀 생산을 유발해 수급 불균형을 부채질하고, 재배 면적을 기준으로 지원하다 보니 대규모 농가에 혜택이 쏠린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공익형 직불제는 기존 쌀·밭 관련 직불을 공익형으로 통합한 것으로, 작물·가격에 상관없이 면적당 일정 금액을 지급한다.
또 소규모 농가에는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경영 규모가 작을수록 면적당 지급액을 우대하는 '하후상박' 구조가 골자다. 대신 생태 교란 생물을 없애게 하거나 영농폐기물을 공동으로 수거하게 하는 등 농업 활동이 공익을 증진하도록 생태·환경 관련 준수 의무를 부여한다.
공익형 직불제는 소득 보전 측면 외에도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WTO(세계무역기구) 개도국 지위 배제' 발언으로 촉발된 차기 농업 협상 관련 이슈와도 연결된다.
훗날 WTO 농업 협상이 재개된다면 각종 보조금 규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데, 환경 등의 가치를 앞세운 공익형 직불제는 이러한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공익형 직불제 2조2천억원은 변동직불제 발동 여부와 상관없이 농민에게 실제 지급될 금액이기 때문에 지금과 비교해서 집행의 효율은 더 클 것"이라며 "기본 직불은 농지를 가진 농민에게 다 주고, 경관보전·친환경 등 농가에 부가하는 의무에 따른 직불은 선택형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공익형 직불제 도입을 위해 2조2000억원의 재원을 확보했다.
농식품부는 "올해 1월 여야 4당 간사가 직불제 예산은 2조4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하되, 그중 50%는 순증하기로 합의 한 바 있다"며 "정부가 2조2000억원을 내놓은 만큼, 국회 심의 단계에서 여야 합의로 증액 소지는 충분히 있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올해 연말까지 공익형 직불제 세부 시행방안을 마련해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내년도 농식품부 예산에서는 청년 창업농에 주어지는 정착지원금이 올해 214억원에서 343억원으로 늘어나고, 신남방·신북방 등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한 예산도 76억원에서 81억원으로 증가했다.
쌀 대신 다른 작물을 심는 '논 타작물 재배 지원'에는 3만㏊ 규모로 825억원이 책정됐다. 폭락과 급등을 오가는 채소 가격을 잡고자 농업 관측 예산은 85억원에서 169억원으로, 채소가격안정제 예산은 151억원에서 193억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내년부터 임산부 4만5000명을 대상으로 친환경농산물을 제공하고자 91억원을 새로 확보했다.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동물복지 정책을 위해 동물보호·복지 실태조사를 정례화하는 데 8억원이 신규 책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