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에 '脫중국'···삼성·LG "불똥튈라" 촉각

2019-08-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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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등 글로벌 기업 고관세 리스크에 생산기지 이전 나서

팀 쿡 "애플에만 관세 부가 불공평"···국내기업 견제 움직임

업계 "한국산 제품 수출 문턱 높일수도"···불확실성 커져

글로벌 기업들의 '탈(脫)중국' 움직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아이폰을 비롯해 주력 제품을 중국에서 생산해 당장 '고관세 리스크'에 놓인 애플은 주요 거래처에 중국 내 집중 생산을 피하도록 요청하고 나섰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도 향후 미·중 간의 갈등 악화가 미칠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美-中 입장차 여전···관세 상향 조정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중국 관리들이 전날 미국 협상단에 전화해 협상 테이블로 되돌아오고 싶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미·중이 전화통화를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양국 간 입장차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트위터를 통해 대중국 관세 인상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10월 1일부터 기존 2500억 달러(약 304조원)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되고 있는 관세를 25%에서 30%로 인상하고, 다음달부터 10% 부과하기로 한 3000억 달러(약 365조원)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도 15%로 상향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장 애플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애플은 대만 폭스콘, 페가트론 등 위탁생산업체를 통해 자사 제품의 90% 이상을 중국에서 생산·조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애플은 중국 생산시설을 최대 30%까지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30~40명 규모의 전담팀을 꾸려 주요 생산업체와 중국 외 국가 생산에 관해 용지 확보, 비용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최대 위탁생산업체인 폭스콘은 최근 중국 광저우의 80억 달러(약 10조원) 규모의 디스플레이 패널 공장 매각을 검토 중이다. 미·중 무역전쟁과 경기둔화 등으로 사업 환경이 불투명해지자 생산지 재편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할 것이란 분석이다. 

휴렛 팩커드(HP), 델 등 미국 대형 컴퓨터 제조사들도 중국 내 위탁생산(EMS)하는 노트북의 20~30%를 중국 외 지역으로 옮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일본 닌텐도는 콘솔기기 중국 생산공장 일부를 베트남으로 이전한다. 이외에 파나소닉, 카시오 등도 중국 공장 이전을 검토 중이다.

◆ 삼성·LG도 불확실성 커져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기업들은 이미 베트남, 인도 등으로 생산기지 재편을 상당부분 진행한 상황이라 당장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관세 불이익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수출하는 휴대전화 대부분을 베트남과 인도에서 생산하고 있고, LG전자도 최근 중국 내 스마트폰 생산량을 줄이고 베트남, 브라질 등으로 물량을 이전하고 있다. 또 양사는 미국 내 세탁기 공장 등을 지어서 운영하며 현지 정책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이 미·중 무역갈등 상황을 틈타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업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최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중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들어오는 애플 제품은 관세를 내는데, 한국에서 만들어진 삼성 제품에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애플 제품 관세 부과를 완화하거나,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출 문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삼성과 LG전자 등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발동한 적도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 이탈이 본격화하며 베트남과 인도 등 신(新) 생산거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점도 국내 기업에는 부담이다. 실제 베트남 인건비는 최근 수년간 높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계 기업들이 베트남에 꾸준히 진출하며 인력수요와 함께 인건비도 동반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 정부는 이번 기회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라비 샹카 프라사드 인도 통신·IT부 장관은 다음달 삼성, 애플, 소니, 인텔, 폭스콘 등 50여개의 글로벌 기업들을 초청해 이들을 지원할 정책적 환경에 대해 논의를 나눌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미국이 경쟁적으로 보복관세에 나서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들은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해 잇달아 새로운 생산기지를 찾아 나서고 있고, 경쟁 역시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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