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은 경남 함안군 함안 가야리 유적을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 예고했다고 26일 밝혔다.
‘함안 가야리 유적’은 해발 45~54m의 구릉부에 사면을 활용해 토성을 축조하고, 내부에는 고상건물(땅 위에 기둥을 세우고, 그 기둥 위에 바닥을 만든 건물)과 망루 등을 축조한 유적으로 조선 시대 사찬읍지인 ‘함주지’와 17세기의 ‘동국여지지’등 고문헌과 일제강점기의 고적조사보고에서 ‘아라가야 중심지’로 추정돼 왔다.
2013년 5차례의 지표조사를 통해 대략적인 유적의 범위를 확인했고, 지난해 4월 토성벽의 일부가 확인되면서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가 시굴과 발굴조사를 진행해왔다.
올해 3월부터 시작한 성벽부에 대한 정밀조사에서는 가야문화권에서 처음으로 판축토성(흙을 떡시루처럼 얇은 판 모양으로 켜켜이 다져 쌓는 방법으로 쌓은 성)을 축조하기 위한 구조물들이 양호한 상태로 확인됐다. 아라가야의 우수한 축성기술을 보여주는 이러한 구조들은 이전에 확인된 사례가 드물어 아라가야는 물론, 우리나라 고대토성의 축조수법을 규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판단된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함안 가야리 유적’은 함안군 가야읍을 가로질러 남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신음천과 광정천이 합류하는 지점에 있는 독립구릉 상의 유적이다. ‘남문외고분군(경상남도 기념물 제226호)’, ‘선왕고분군’, ‘필동고분군’ 등 중대형 고분군들에 둘러싸여 있고, 동쪽에는 ‘당산유적’(길이 39m, 폭 15.9m 가야 최대 굴립주(땅 속에 박아 세운 기둥) 건물지), 남쪽으로는 함안 말이산 고분군(사적 제515호)이 있어 이곳이 아라가야의 중심 역할을 해왔음을 알 수 있다고 문화재청은 밝혔다.
‘함안 가야리 유적’은 유사한 성격의 유적인 김해 봉황동 유적(사적 제2호), 합천 성산토성(경상남도 기념물 제293호) 등과 비교할 때 상태가 온전하고 주변 유적과 연계된 경관이 잘 보존되어 있어 고대 가야 중심지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유적으로 평가된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앞으로 연차적인 발굴조사와 연구를 통해 금관가야, 대가야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고구려, 백제, 신라, 고대 일본과 활발히 교류했던 아라가야의 실체와 위상을 재조명하고 정부혁신 역점과제인 가야사 연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30일간의 예고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적 지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