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오너 일가도 아닌 ‘월급 사장’인 이동우 대표가 자사주를 이렇게 대량 매입한 것은 무슨 이유때문일까.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는 지난 22일과 23일 이틀간 자사주를 각각 3000주씩, 총 6000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에 따라 이 대표의 보유 주식은 6000주(0.03%)에서 1만2000주(0.05%)로 늘었다.
롯데하이마트는 이 대표의 자사주 매입 이유에 대해 “실적 개선을 위해 책임 경영에 힘쓰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전자제품전문점 1위인 롯데하이마트의 위기감은 크다. 이커머스의 공세에 밀려 올 2분기 영업이익은 458억원으로 전년대비 31.5%나 급감하는 등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2012년 롯데월드 대표 재임 당시 조리사에게 막말을 퍼붓는 그의 육성파일이 2017년 8월 언론에 공개되며 ‘갑질 논란’을 빚자 위기를 맞게 된다. 당시 그의 갑질을 두고 여론이 연일 악화되면서 결국 이 대표는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그의 사표를 반려하고 유임을 결정했다. 당시만 해도 롯데하이마트는 가전시장의 호황으로 롯데쇼핑 부문에서 유일하게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었다.
신 회장은 이 대표의 이런 경영능력을 높이 평가, 그해 말 인사에서 이 대표를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까지 시켰다. 이를 두고 롯데 안팎에서 이동우 대표를 일명 ‘신동빈의 남자’로 부르기도 했다.
그를 구사일생으로 살린 것이 롯데하이마트의 실적이기에, 최근 실적 하락세는 이 대표에게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이에 그는 무려 1억9000만원이 넘는 규모의 자사주 매입 카드로 또 한번 신 회장의 신뢰를 얻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도 롯데하이마트의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동우 대표의 유임은 힘들 수 있다”면서 “이런 가운데 자사주 매입 카드로 책임 경영을 선언한 것은 오너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책임 경영을 하려는 CEO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2년 전 갑질 논란과 상관없는 결정이며, 하반기 실적 개선을 위해 이동우 대표가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롯데하이마트는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 상품들을 소싱하고, 자체브랜드(PB) ‘하이메이드’ 를 확대하는 한편 온·오프라인 결합 매장 ‘옴니스토어’ 등 매장 변화, 온라인쇼핑몰도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