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에 눈먼 우리·하나은행···DLS 손실 사태 키웠다

2019-08-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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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銀, 손실 조짐에도 판매 늘려 '펀드판매 1위' 올라

하나銀, 파생상품 영업 불안···고지의무 소홀 민원 많아

'DLS(파생결합증권) 파동'의 중심에 선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실적 쌓기에 매몰돼 소비자 보호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초고위험성 상품을 초단기로 운영하며 수익 챙기기에 급급했고, 하나은행은 고객에게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야할 '고지 의무'를 소홀하지 않았냐는 지적이 나온다.

◆'펀드판매 1위' 우리은행, 손실 조짐에도 판매 확대

우리은행은 문제가 된 DLS와 DLF(파생결합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금융사다. 특히 독일 국채금리 연계 상품(DLS·DLF)은 전체의 99%(지난 7일 기준 잔액 1255억원)를 우리은행이 판매했다. 금리가 -0.25% 이상이면 원금과 연 4% 수익을 낼 수 있지만, -0.65% 이하로 떨어지면 원금 모두를 잃을 수 있는 상품이다. 다음달부터 만기가 돌아오지만 금리가 급반등할 가능성이 낮아 투자자들의 대규모 원금 손실은 불가피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문제를 리스크 대비 손실 만회 기회가 턱없이 부족한 점을 꼽는다. 원금 전액을 잃을 수 있는데 만기가 6개월에 불과한 초고위험 상품을 판매한 것 자체가 애초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상품 리스크 관리 체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3월 말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마이너스(-) 구간에 진입하며 손실 조짐이 보였지만, 우리은행은 오히려 상품 판매를 늘렸다.

결국 우리은행이 '몸집'을 불리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예대마진 중심의 수익구조 탈피를 위해 비이자이익 확대 차원에서 이 상품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상반기까지 이 전략은 통했다. 우리은행은 올 들어 DLS·DLF 판매를 늘리며 지난 3월 처음으로 국민은행을 제치고 은행권 펀드 판매사 1위에 올라선 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6월 말 우리은행의 펀드 판매잔액은 20조5116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6개월 만에 13.5% 늘었다. 전년 대비 지난해 펀드 판매 증가율이 12.7%인 점을 감안하면 증가폭이 상당하다.

이는 비이자이익 확대로 이어졌다. 우리은행의 상반기 비이자이익은 전년 대비 4.1% 늘었고, 특히 DLS·DLF를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한 2분기엔 전분기보다 25.3% 급증했다.

◆하나은행, '고지의무' 위반 민원 많아···불완전판매 의혹

하나은행도 우리은행과 함께 공격적으로 DLS·DLF 영업을 진행해왔다. 하나은행이 지금까지 판매한 영·미 이자율 스와프 금리(CMS) 연계 DLF는 6958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85.8%(5973억원)가 손실구간에 진입하며, 만기까지 현 수준의 금리가 유지될 경우 예상손실액과 손실률은 3354억원, 56.2%로 예측된다.

문제는 하나은행의 영업직원들이 투자 시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고지 의무에 충실했느냐는 점이다. 실제 금융감독원 등에 접수된 하나은행 DLF 관련 민원에는 △투자 시 원금손실 가능성에 대한 사전고지 전무 △PB가 아닌 일반 창구 직원의 상품 판매 △상품판매 매뉴얼 미비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룬다.

하나은행은 평소 파생상품 영업에서 불안한 면모를 드러내왔다. 지난해 하나은행은 금감원이 진행한 고위험 파생결합상품 불완전판매 실태 점검에서 60점대 미만인 '저조' 등급을 받았다. 18개 시중은행 중 최하위 수준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DLS·DLF를 판매하기 시작할 때부터 대규모 손실과 소비자 피해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며 "수익을 우선시해 단기 성과는 달성했겠지만, 소비자 신뢰는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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