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시즌 1승씩 하자.”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3년차 박민지(21)가 내세운 소박한 목표다. 챔피언 퍼팅을 홀컵에 떨어뜨린 뒤 수줍게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는 모습은 순박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박민지는 해마다 한 번씩 매섭게 우승을 챙겨가는 ‘독종’이다. 1984년 LA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핸드볼 국가대표 출신 어머니 김옥화씨의 피를 그대로 물려받은 내력이다.
2017년 삼천리 투게더오픈에서 첫 정상에 오른 박민지는 지난해 ADT캡스 챔피언십에 이어 올해까지 1년에 1승씩 꼬박꼬박 우승컵을 챙겼다. 대회 첫날 4언더파 공동 10위로 출발한 박민지는 2라운드에서 코스레코드인 8언더파 63타를 쳐 단숨에 리더보드 맨 윗자리를 차지하고 정상에 올랐다.
박민지가 우승을 이룰 수 있었던 건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자 정신력의 승리였다. 박민지는 둘째 날 단독 선두로 올라선 뒤 “스윙이나 성적, 스코어 생각은 하지 않고 코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해야 할 골프만 하겠다”며 “말 그대로 ‘무아지경’에 빠져서 경기를 치르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후 마지막 날 한때 김자영2에게 선두 자리를 내준 뒤 마음을 비우고 점차 생각을 지우기 시작했다.
박민지는 “전반에 우승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너무 긴장해 몸이 굳었다”며 “후반에 선두를 내준 뒤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내 샷 하나하나에만 집중하자고 생각하자 버디를 3개나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민지는 ‘무아지경’에 빠지기 위해 선택과 집중의 방법도 바꿨다. 그는 “예전에는 1~18번 홀 내내 골프만 생각하고 집중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중간에 집중력이 떨어지고 너무 힘들었다”면서 “이번에는 볼을 칠 때만 집중하고 중간에 걸을 때에는 다른 생각을 하거나 대화를 나눴다”고 귀띔했다.